삼성전자

반도체 부진 여파로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실적을 내면서도 ‘감산(減産)은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삼성전자에 “주주를 위한다면 감산을 고려해야 한다”는 ‘쓴소리’를 한 증권사가 등장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감산은 없다는 원칙론적 태도는 시장과 수많은 주주의 기대와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는 시장 친화적이지 않은 모습”이라며 “감산은 매우 필요해 보이고, 이런 대응이 수많은 삼성전자 주주들을 조금이라도 위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상반기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스마트폰이나 PC 수요가 급감하면서 반도체 수요도 같이 줄었는데, 삼성전자는 ‘코로나 특수’ 당시 공급망을 증설한 뒤 현재까지도 공급량을 줄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5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열린 ‘삼성 테크 데이’ 행사에서 “(감산에 대한) 논의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 센터장은 “현재 반도체 생산 물량은 정상적 수요 수준을 큰 폭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꼬여있는 수급 불균형의 타개책은 반도체 업체들의 투자 축소와 감산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삼성전자는 불황기에 적극적인 투자로 경쟁사를 따돌리며 메모리의 성공 신화를 써 내려왔다”면서도 “올해 반도체 산업의 판세는 과거와 같은 ‘치킨 게임’을 통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투자 의견은 ‘매수’로 유지했으나 목표 주가는 7만5000원에서 7만2000원으로 3000원 낮췄다.

앞서 지난 7일 삼성전자는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76조원, 영업이익 10조8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보다 각각 2조원, 1조원가량 밑돈 수치였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4% 하락한 5만5400원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