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대신증권 대주주 일가는 양홍석 부회장의 두 딸과 조카 홍모군에게 현금 4억원을 증여하고, 이들은 증여받은 돈으로 9000주씩 대신증권 주식을 사들였다. 작년 말이었다면 주당 2만원 수준으로 매입해야 했지만, 올해 들어 주가가 크게 떨어져 주당 1만4000~1만5000원 선에서 살 수 있었다. 5월에는 자동차용 고무 제품을 생산하는 화승코퍼레이션의 현승훈 회장이 장남인 현지호 부회장에게 자신이 보유한 지분 674만주를 전량 무상 증여했다. 이 회사 역시 주가는 올해 초 대비 25%가량 하락한 덕분에 현 회장 일가는 증여세 등 관련 세금을 줄일 수 있었다.

증시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대주주들의 지분 승계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처럼 주가가 많이 떨어져 있을 때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4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증여 관련 지분 공시는 314건으로 집계됐다. 작년 하반기(7~12월, 256건)보다 22.7% 증가했다.

증여 외에도 오너 일가가 직접 주식시장에서 지분을 매입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의 장남인 최성환 사업총괄은 올해 4~7월 41차례에 걸쳐 SK네트웍스 지분을 사들여 지분율을 작년 말 1.89%에서 2.58%로 늘렸다. 취득 단가는 4000원 초중반대로 지난해 주가 고점(6020원)에 비해 20% 이상 낮은 가격이다.

노루그룹의 한영재 회장 장녀 한경원 노루서울디자인스튜디오 실장도 6~7월 두 달간 거의 매일 지주사 노루홀딩스 지분을 매입 중이다. 작년 말 0.11%였던 한 실장의 지분율은 1.16%까지 늘어났다.

지배 구조 개편 작업도 꼬리를 물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29일 이사회에서 한화의 방산 부문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디펜스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하기로 했다. 대신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회사 한화정밀기계를 인수하고, 자회사 한화건설을 흡수 합병하면서 지배 구조를 사업 부문별로 단순화해 승계 작업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롯데와 이랜드, 오뚜기 등 주요 기업들도 계열사 합병 등을 통해 지배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안상희 한국ESG연구소 센터장은 “지배 구조 개편 시 주식을 이전하고 분할하는 과정에서 세금이 발생하기 때문에 통상 주가가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합병 비율 등을 정할 때도 주식시장이 과열되어 있을 때보다 어느 정도 안정됐을 때 진행하기가 수월하다”고 밝혔다.

다만 올해와 같은 주식 하락장이 오너 일가의 모든 승계 작업에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연내 기업공개(IPO)를 추진해왔던 CJ올리브영이 상장 작업을 중단한 것이 대표적이다. CJ올리브영의 최대 주주는 CJ로 지분 51.15%를 보유하고 있다. 또 이재현 CJ회장의 아들 이선호(11.04%) CJ제일제당 경영리더와 딸 이경후(4.21%) CJ ENM 경영리더의 지분도 많아 오너가 경영 승계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있었다. 이 회사 기업 가치가 1조8000억~4조원 수준까지 언급된 만큼 IPO를 통해 CJ 지분을 매입하는 상당한 승계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IPO 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제 값을 받기 어려워져 IPO를 잠정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