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폐장한 한국 낮 시간에 미국 주식을 거래하는 서비스가 시행된지 2주일 동안 여성과 중장년층 투자가 활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미국 주식을 밤 시간에 거래해 온 시간 제약이 해결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미국 주식 주간 거래는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시작됐다.

20일 이 서비스를 독점 계약 공급 중인 삼성증권에 따르면 최근 2주간(7~18일) 3만3380명이 1090억원어치 미국 주식을 거래했다. 삼성증권은 “거래액 대부분은 주식을 시장에 공급하는 글로벌 시장조성자(마켓메이커) 회사들로부터 국내 투자자들이 매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 미국 주식 매매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미국 시간 오후 8시~익일 오전 3시30분)까지 가능하다. 기존 야간 거래 13시간(오후 6시~ 다음 날 오전 7시) 외에 7시간 30분 거래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최근 2주간 여성 주간 거래 투자액 비중은 33%로 야간 거래(20%)와 비교해 13%포인트 높았다. 50대 이상 중장년층 비중도 70.1%로 20·30대(13.5%)보다 5배 이상 컸다. 야간 거래에서는 50대 이상이 44%, 20·30대가 29.2%였는데 그 차이가 훨씬 벌어진 것이다.

해외 주식에 처음으로 투자한 비율도 주간 거래에서는 15.3%로 야간 거래를 통한 신규 해외 주식 투자자(5.7%)보다 두배 이상 높았다. 그만큼 새내기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들이 주간 거래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는 뜻이다.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비메모리 반도체 제조사 엔비디아로 87억원(12.6%)이었다. 전기차 테슬라(64억원·9.3%),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55억원·8.1%), 마이크로소프트(54억원·7.9%), 애플(46억원·6.7%) 순이었다. 같은 기간 야간 거래에서는 상위 5개 종목 중 3개 종목이 나스닥 등 기초지수 등락폭의 3배로 수익률이 정해지는 레버리지 상품이었다. 하지만, 주간 거래에서는 우량 대형주 위주로 거래된 것이다.

이는 안정 지향적인 투자자들이 지점 방문과 전화를 통해 PB(프라이빗 뱅커)들의 상담을 받고 투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PB를 통한 오프라인 거래가 64.1%로, 휴대폰 등 온라인 거래가 90% 이상인 야간 거래와 반대였다. 사재훈 삼성증권 부사장은 “시행 초기임에도 주간 거래 규모가 야간 정규장 거래의 5% 수준으로 적지 않다”며 “거래 규모는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삼성증권이 거래 첫날 유튜브를 통해 투자자 62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미국 주식 주간 거래의 가장 큰 장점으로 시차로 인한 거래시간 해결(54%)을 꼽았다. 절반 가까이(48%)는 이 서비스로 해외투자 규모를 기존보다 20% 이상 늘릴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관심있는 투자 업종으로는 애플·알파벳 등 빅테크(대형 IT기업)를 절반 이상(62%)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