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학개미들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3배짜리 레버리지, 인버스 ETF를 많이 사들였다. 사진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처리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사들인 수익률 3배짜리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성적이 상품별로 큰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 3배짜리 ETF는 레버리지형과 인버스형 등 2종으로 나뉜다. 레버리지 ETF는 추종하는 지수 상승률의 3배만큼, 반대로 인버스 ETF는 하락률의 3배만큼 수익이 나는 상품이다. 국내 증시에서는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수익이 지수 상승률·하락률의 최대 2배로 제한돼 있지만, 미국 등 해외 증시에서는 3배짜리 상품도 상장돼 있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이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학개미가 개별 주식과 ETF를 합쳐 둘째로 많이 순매수한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의 추정 수익률은 10.4%였다. 지난해 1월부터 12월 17일까지 평균 순매수 가격과 지난 7일 종가를 비교해 추정한 수익률이다.

이 ETF는 미국 나스닥 시장을 대표하는 100종목으로 구성된 나스닥 100 지수 하루 상승률의 3배만큼 수익이 난다. 서학개미는 이 ETF를 7억1900만달러(약 86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S&P500 지수 상승률의 3배만큼 수익이 나는 ‘디렉시언 데일리 S&P500 불 3X’도 5600만달러 순매수했는데, 수익률은 53.4%로 높았다.

반면 1억3200만달러어치를 순매수한 ‘디렉시언 데일리 S&P 바이오테크 불 3X’의 추정 수익률은 -44.3%로 저조한 편이다. 이 ETF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바이오 기업으로 구성된 ‘S&P 바이오테크놀로지 셀렉트 산업 지수’ 하루 상승률의 3배만큼 수익이 나도록 설계됐다. 그런데 추종하는 지수가 하락하면서 손실률이 커진 것이다. ‘디렉시언 데일리 S&P500 불 3X’와 ‘디렉시언 데일리 S&P 바이오테크 불 3X’의 수익률 격차는 거의 100%포인트에 육박했다.

서학개미는 나스닥100 지수 하락률의 3배만큼 수익이 나는 ‘트리플 인버스’인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쇼트 QQQ’도 6100만달러 순매수했는데, 수익률은 -26.2%에 그쳤다. 지난해 나스닥지수가 상승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3배짜리 ETF나 상장지수증권(ETN)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테슬라 주가 상승률의 3배만큼 수익이 나는 그래닛셰어즈 3X 롱 테슬라 데일리 ETP는 지난 5일에는 가격이 121.32달러였는데, 이틀 뒤인 7일에는 88.49달러까지 27.1%나 하락했다. 서학개미는 지난해 영국 증시에 상장된 이 ETN을 3000만달러 순매수했다.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3배짜리 ETF는 변동성이 워낙 큰 상품이라 투자자 보호 등을 고려하면 국내에서는 출시하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