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는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 받을 수 있는 한도만큼 개인형 퇴직연금(IRP)과 연금저축에 ‘목돈’을 입금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세액공제 한도는 연금저축이 최대 400만원, 연금저축과 IRP를 합치면 700만원이다. 이 한도 내에서 가입 금액의 16.5%(연봉 5500만원 초과는 13.2%)를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IRP 계좌는 주식형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 위험 자산에 70%까지만 투자할 수 있고, 나머지는 예금이나 채권형 펀드 같은 안전 자산에 넣어야 한다. 또 위험 자산이라도 개별 주식에는 투자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펀드의 일종으로 위험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으면서 개별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ETF 투자를 추천한다.

본지가 국내 자산운용사 6곳에서 각 3개씩 총 18개의 ‘IRP로 투자할 만한 ETF’를 추천받았다. 그 결과, 국내 증시보다는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ETF가 많았다. 일반 증권 계좌로 해외 주식 ETF에 투자하면 매매 차익 등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IRP 같은 연금 계좌로 투자하면 나중에 연금으로 받을 때 3.3~5.5%의 연금소득세만 내면 된다.

◇연금 계좌에서는 ETF로 해외 투자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기업 500곳(S&P500지수 구성 종목)에 투자하는 ETF를 추천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S&P500TR’은 배당금을 재투자하면서 일종의 ‘복리 효과’도 노릴 수 있는 ETF다.

투자 대상을 ‘기술주’로 좁힌 ETF도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추천한 TIGER 미국테크 TOP10은 미국 증시 내에서도 빅테크 기업 10곳에 집중 투자한다. 삼성자산운용이 추천한 KODEX 미국반도체MV는 TSMC, 엔비디아, ASML 등 미국 증시 반도체 관련 주에 집중 투자한다.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미국 나스닥 테크 역시 엔비디아, AMD, 자일링스 등 반도체 관련 기업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추천한 KINDEX 미국WideMoat가치주는 미국 증시 내에서도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되는 종목에 투자하고, 함께 추천한 ‘KINDEX 미국고배당S&P’는 미국 증시의 대표적인 배당주에 투자한다.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된 ETF도 있다. KBSTAR 글로벌클린에너지S&P는 국내외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에 투자하고,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는 탄소배출권 선물에 투자한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를 위한 ETF도 있다. KODEX TRF3070은 선진국 주식에 30%를 투자하고, 나머지 70%는 국내 채권에 투자한다.

◇해외 펀드도 수익률 극대화에 도움

그렇다고 무조건 ETF가 연금 투자의 ‘답’은 아니다. 지난 3분기까지 4분기 연속으로 퇴직연금 1년 수익률 1위를 달성한 신영증권이 수익률 상위 5% 고객의 투자 내역을 분석한 결과, 투자 상위 10개 상품은 ETF가 아닌 주식형·채권혼합형 펀드였다.

수익률 상위와 하위를 가른 것은 해외 투자와 분산 투자 여부였다. 신영증권이 분석한 결과, 수익률 상위 5% 투자자 중 71%가 해외 펀드를 하나 이상 보유하고 있었다. 또 수익률 상위인 어떤 고객도 단 하나의 상품에만 집중 투자하지는 않았다.

수익률 상위 고객들이 투자한 펀드 중 최근 1년 수익률(지난달 22일 기준)이 높았던 펀드들은 피델리티 글로벌테크놀로지(해외 기술주·34.4%), 에셋플러스 글로벌리치투게더(해외 기술주·29.7%), 신영마라톤 중소형주(국내 주식·25.4%), 신영밸류우선주(국내 주식·22.2%) 등이었다. 임재경 신영증권 연금컨설팅부 이사는 “퇴직연금 투자는 국내외 적절한 분산 투자와 지속적인 관리를 해야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이 데이터로 증명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