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개인 투자자)’의 감과 증권사들의 분석 중 어느 것이 맞을까?

국내 주식시장의 간판인 삼성전자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과 증권가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개인들은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하자 이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여기고 3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반면 증권사들은 반도체 업종의 부진 등을 이유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개미와 증권가의 엇갈린 행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초 코로나 사태로 코스피가 1400대까지 폭락했을 때 증권가의 신중론에도 불구하고 개인 투자자들은 대거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린 개인들의 투자 열풍은 백신의 조기 개발과 전 세계적인 초저금리 현상 등과 맞물려 성과를 거뒀다. 이번에도 개인들의 과감한 투자는 성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러스트=박상훈

◇저가 매수 나선 개인 투자자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가 하락세를 보인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3일까지 10거래일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보통주를 2조7000억원, 우선주를 3710억원 순매수했다. 이 기간 개인 투자자 순매수 1·2위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과 외국인 순매도세가 맞물리면서 이 기간 삼성전자 보통주 주가는 11.5% 하락했다. 지난 1월 9만1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13일 6만8800원까지 떨어졌다.

개미들의 ‘믿는 구석’은 삼성전자 주가가 올해 최저치를 기록할 만큼 싸졌다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연말에는 다시 8만전자 되지 않겠어요?’ ‘곧 주가가 반등할 테니 지금 삼성전자 주식을 사면 싸게 사는 것’이라는 글들이 쏟아진다.

지난해 말 8만1000원이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월 11일 9만1000원을 찍으며 ‘10만전자(주가가 10만원인 삼성전자)’라는 기대감을 키웠다가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10만전자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에겐 현재 6만원대인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개미들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최근 10거래일 동안 개인들은 삼성전자 보통주를 평균 7만2000원에, 우선주를 6만8000원에 순매수했다. 14일 삼성전자 보통주가 6만9400원, 우선주가 6만4100원에 마감한 것을 감안하면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상태다.

◇“외국인 귀환해야 주가 반등할 것”

국내 6대 대형 증권사 중 삼성증권을 제외한 5개 증권사는 당분간 삼성전자에 대한 추가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 12일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는 삼성전자 목표 주가(주가 전망치)를 낮췄다. 미래에셋증권은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10만원에서 8만2000원까지 낮췄다. 향후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더라도 지난해 말(8만1000원)과 비슷한 수준 정도일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것은 국내 반도체 산업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코로나 확산과 전력난, 정전 사태 등으로 해외 생산 시설에서 IT(정보기술) 관련 부품들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한 반면 메모리 반도체는 차질 없이 공급됐다”며 “그러다 보니 업체들은 축적해둔 메모리 반도체 재고를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신한금융투자는 “10~11월은 바닥(주가 최저점)이 어디인지 확인해야 하는 시기”라고 했다.

삼성전자의 주력 수출품인 D램 가격도 하락세다. NH투자증권은 “4분기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다운사이클로 진입하며 D램 가격이 2% 하락할 전망”이라고 했다.

주요 증권사별 삼성전자 목표 주가 변경과 전망/자료=각 증권사

외국인 투자자들이 돌아와야 주가 반등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삼성전자 보통주를 2조1090억원, 우선주를 3190억원 순매도했다. 증권업계에선 “외국인이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비해 한국 투자 비중을 줄이는 차원에서 삼성전자를 파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중국 전력난 등 악재가 해소되지 않으면 ‘외국인의 귀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증권가 일각에서는 “지금이 좋은 매수 기회”라는 의견도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반도체 업황이 아주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소 과장됐다고 판단했는데, 지금의 ‘비관론’ 역시 과장됐다고 판단한다”며 “기업의 펀더멘털(기초 체력) 대비 주가가 저평가된 지금이 좋은 매수 기회”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연말 정도에는 주가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내년 5월 정도엔 D램 현물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를 6개월 정도 선 반영한다고 치면 오는 12월 전후로 주가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