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만 해도 테슬라나 애플 같은 대형 기술주 일색이던 서학 개미들의 포트폴리오에 에어비앤비·보잉 같은 경기민감주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경기민감주란 말그대로 경기에 민감한 주식이란 뜻으로, 여행, 유통, 철강, 화학 등 경기 회복 국면에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들이다.

3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5월 들어 지난 28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많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 상위 10위에는 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를 비롯해 엔터테인먼트 업체 월트디즈니,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 등이 포함됐다. 에어비앤비(3376만달러·375억원)가 순매수 6위였고, 월트디즈니(2757만달러)와 보잉(2728만달러)이 각각 8위와 9위였다. 여전히 테슬라가 순매수 1위(8841만달러)였지만, 경기 회복 국면에서 주가가 오를 수 있는 주식들이 순매수 10위권 내에 진입한 것이다.

◇순매수 10위권으로 점프한 경기민감주

에어비앤비의 경우 지난 1월에는 국내 투자자 순매수 상위 50위 이내에도 들지 못했었다. 지난달에도 순매수 42위에 머물렀었는데, 이달 들어서는 6위까지 뛰어오른 것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초부터 에어비앤비를 “여행 수요 회복에 따라 좋아질 수 있는 주식”이라고 추천해왔다. 투자자들도 국내에 비해 코로나 백신 접종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미국 등 해외에서 여행이 조기에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에어비앤비 주식을 많이 사들이는 것이다.

보잉도 지난 3월에는 서학 개미 순매수 50위권 밖에 있다가 이달 들어 10위권 안으로 진입했다. NH투자증권은 “보잉의 본격적인 실적 회복은 올 하반기부터 나타날 전망”이라며 “백신 보급이 빨라지면서 2021년은 항공업계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월트디즈니는 지난달 국내 투자자 순매수 19위에서 이달 들어 8위로 올라섰다. 삼성증권은 디즈니에 대해 “(코로나 사태 극복에 따라) 신작 영화 개봉 재개, (디즈니랜드를 비롯한) 테마파크 영업 정상화로 점진적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했다. 장효선 삼성증권 글로벌주식팀장은 “전 세계 경기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계속 커짐에 따라 코로나 사태로 부진했던 테마파크, 영화, 여행 관련 종목에 대한 매수세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했다.

5월 국내 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해외 주식(ETF 포함)

이 외에도 NH투자증권은 미국 경기 회복 국면에서 카드 지출 금액 증가에 따른 수수료 수익 증가를 기대해볼 수 있는 ‘씨티그룹’을, KB증권은 해외 여행 수요 증가 시 결제 수수료 수익이 늘어날 수 있는 ‘마스터카드’를 추천 종목으로 꼽았다.

반면 국내 증시에서는 경기민감주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가 본격화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순매수한 종목 중에는 여행·유통·항공 관련 종목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개인 순매수 1위는 삼성전자(4조2630억원)였다.

◇테슬라 등 기술주도 여전히 매수

5월에도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은 테슬라(8841만달러)였다. 테슬라는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 연속 국내 투자자 순매수 1위 종목 자리를 지키고 있다. 5월 중순까지는 지지부진한 주가와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무책임한 발언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테슬라 주식을 파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주가 하락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보는 투자자들이 뛰어들면서 5월 하순에는 테슬라가 다시 순매수 1위로 올라섰다.

경기민감주 투자가 늘긴 했지만 여전히 ‘단기 고수익’을 노리는 서학 개미들도 많다. 순매수 3위인 ‘ProShares UltraPro QQQ’는 주식과 파생 상품을 조합해 나스닥 100 지수 일별 상승률의 3배 수익을 노리는 상장지수펀드(ETF)다. 순매수 5위인 ‘DIREXION DAILY SEMICONDUCTOR BULL 3X’ 역시 수익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상승률의 3배가 되도록 설계된 ETF다. 이 ETF들은 주가가 오르면 대박이지만,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손실률도 3배로 커지는 위험이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변동성이 심한 장세에서 개인들이 주가의 방향성을 정확히 예측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노리기엔 부적절한 상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