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은 금융회사들의 윤리 의식이 부족하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31일 금융위원회의 ’2020년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73.9%가 ‘금융회사의 금융윤리 의식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 조사가 시작된 첫해인 2018년(68.4%)에 비해 5%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2018년 이후 꼬리를 무는 사모펀드 사태 등 금융 사고를 겪으면서 금융사를 불신하게 된 것이다. 이번 조사는 작년 11월 전국 국민 202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금융사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부의 주요 업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 순위가 바뀌었다. 2018년 조사에선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정보 제공을 위해 정부가 힘써야 한다'는 응답이 30.7%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선 22.6%로 급감했다. 대신 ‘금융사가 규정을 위반한 경우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는 응답이 30.2%에서 37.4%로 급증했다.

금융사가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줬을 때 필요한 조치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신속하고 합당한 피해 보상’이 필요하다고 한 응답자는 68.9%에서 63.2%로 줄었다. 반면 ‘과징금 및 영업정지(15.5%→17%)’와 ‘관련 임직원 제재(4.9%→7.6%)’ 등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소비자들의 불신은 금융사를 넘어 정부로 향했다. ‘금융사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9.3%였고, ‘정부가 소비자 보호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42.9%에 달했다. 소비자들이 사모펀드 사태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금융 당국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연이어 발생한 금융 사고로 ‘금융 불신 시대’라는 말이 등장할 지경이 됐다”면서 “금융업은 신뢰를 기본으로 하는데, 불신이 커졌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신호”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는 금융사에서 불합리한 처우를 받았을 때 “아예 거래를 중단해 버리겠다”고 답한 소비자들이 39.5%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