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과열을 막기 위해 각 은행들이 자율로 정하는 대출 목표치를 낮추라며 압박하고 나섰다. 금융 당국이 코로나 사태에 편승해 지나치게 금융시장에 간섭하는 ‘관치 금융’이 더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26일 17개 은행 가계대출 담당 부행장들을 소집해 화상으로 ‘가계대출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올해 들어 두 번째고, 작년 9월과 11월 이후 네 번째 회의다.

앞선 세 번의 회의는 “각 은행이 대출 목표치 관리를 잘해달라”고 당부하는 자리였다면 이번은 금감원 요구 수준이 사실상 강제에 가까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작년 가계대출 증가 폭이 컸던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이 집중 타깃이 됐다. 한 은행 대출 부문 간부는 “구체적으로 얼마를 줄이라는 수치까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4대 은행부터 가계대출 목표치 인하 협의를 시작하자는 말이 오갔다”며 “이르면 이달부터 금감원과 협의를 통해 목표치를 내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1~2월 증시 기업공개(IPO) 19건이 연달아 예정돼 있어 빚투가 급증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투자자들이 빚을 내 공모주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과도한 규제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 임원은 “은행들도 가계대출이 급증한 것을 감안해 올해 목표치를 이미 낮춰 잡은 것”이라며 “여기서 또 줄이라고 한다면 은행들 부담이 커지고, 최종적으로는 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여당과 정부는 서민 금융 기금에 은행 등 금융권이 3100억원을 매년 출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고,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은행이 이자도 받지 말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