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1억원이 넘는 신규 신용대출이나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등 신용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1억원 이상 신용대출 후 집 사면 대출 회수'보다 더 강력한 조치다. 은행권 신용대출 급증세가 꺾이지 않자 ‘가계 대출 총량을 관리하라’는 금융 당국의 압박이 거세진 데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14일부터 연말까지 1억원이 넘는 모든 가계 신용대출을 막기로 했다. 신규 대출을 신청하거나 대출을 증액하려고 할 때, 기존 대출과 합쳐 1억원이 넘으면 대출 승인을 내주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의료비 등 명백한 사유가 있을 때만 1억원 넘는 대출을 승인해준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14일부터 연말까지 1억원이 넘는 모든 가계 신용대출을 막기로 했다. 신규 대출을 신청하거나 대출을 증액하려고 할 때, 기존 대출과 합쳐 1억원이 넘으면 대출 승인을 내주지 않기로 한 것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1일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주력 상품인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 판매를 중단했다. 신한은행은 14일부터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를 3억원에서 2억원으로 낮춘다. 하나은행도 조만간 전문직 대출 한도를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3일부터 신용대출 및 마이너스 통장 최저 금리를 각각 0.1%포인트, 0.25%포인트 높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연말이면 가계 대출 목표치를 맞추려고 은행이 대출을 조이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올해는 유독 강도가 세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1억원 넘는 신용대출을 받은 뒤 규제 지역의 주택을 사면 대출을 회수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또 연봉 8000만원 이상 직장인이 1억원 넘는 신용대출을 받을 경우, 개별 차주 단위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신용대출까지 끌어다 집을 사는,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 쓴다는 뜻)’을 막겠다는 취지다. 당시 정부는 주택 구입 수요만 겨냥한 ‘핀셋 규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용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4조8000억원가량 늘었다.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규제 시행(지난달 30일)에 앞서 미리 대출을 받아두려는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그러자 지난 4일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 임원들을 불러 “연내 가계 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반드시 지켜달라”고 재차 경고했다. 특정 목적의 대출만 규제하는 ‘핀셋’ 대신, 대출 총량 자체를 규제하는 ‘망치’를 꺼내든 셈이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실수요자들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마이너스 통장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미 확보해둔 마이너스 통장 한도는 만기가 되기 전에는 축소되지 않는다. 다만 만기가 돼서 연장할 경우엔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마이너스 통장 연장 시, 대출 한도 대비 실제 대출액이 10% 이하면, 한도를 20% 깎은 뒤 기한을 연장해주고 있다. 다른 은행도 만기 연장 시 소진율에 따라 한도를 축소하기도 한다.

또 통상 1년 단위로 이뤄지는 신용대출의 만기를 연장할 때도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시중은행 관계자는 “만기 연장은 기존 대출의 연장으로 신용대출 관련 규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 만기 연장시 규제 때문에 한도가 줄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