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매월 꼬박꼬박 한도 채워 사용하면 신용 점수가 올라간다?” “정답은 X”

“연말정산 시 소득공제 혜택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카드는 신용카드다?” “정답은 X”

가수 딘딘과 아이돌 그룹 오마이걸 등 출연자들이 터지기 직전의 풍선 폭탄을 번갈아 손에 들고 아슬아슬하게 퀴즈 게임을 하고 있다. TV 예능 프로 같지만 KB국민카드 유튜브에 올라온 금융 교육 동영상이다. 조회 수가 15만회에 육박하고 유익하다는 댓글이 수백 개 달렸다. 이 채널 구독자 수는 작년 말 30만명에서 최근 60만명으로 늘어 유튜브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올해 주식 투자 열풍, 저금리 장기화 등으로 자산 굴리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가운데, 금융사 영업점보다 ‘금(金)튜브(금융사가 운영하는 유튜브)’가 고객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코로나를 피해 PB(프라이빗 뱅커) 대신 유선생(유튜브+선생님)이 알려주는 정보를 토대로 자산 관리에 나선 ‘셀프 투자족(族)’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공모주 뭔데? 금튜브로 배웠다

특히 올해 동학·서학 개미(개인 투자자) 중에는 금튜브로 공부해 투자 첫걸음을 뗀 이가 많았다. 올 들어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 비대면으로 주식 계좌를 여는 주린이(주식+어린이) 고객들이 급증세를 보이자, 증권사들이 투자 기초부터 알려주는 영상들을 잇따라 올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영상들은 ‘미국 시장 거래 시간은 밤 11시 30분부터 다음 날 새벽 6시까지이고, 거래 시간이 아니더라도 예약 주문을 통해 주문할 수 있지만 미국 시장이 시작된 후 매수 주문이 잘 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거나 ‘청약은 보통 이틀간 진행하고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가능하다’ 등 꼼꼼한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처음 주식 투자에 나선 직장인 이모(29)씨도 “증권사 유튜브에 올라온 ‘주린이를 위한 실전 투자 따라 하기’ 시리즈 영상을 보고 MTS 사용법부터 익혔다”고 했다. 이씨 외에도 ‘이거 보고 (공모주) 청약했다’ ‘해외 주식 어떻게 하는지 몰라 궁금했는데 영상 보니 이해가 간다’ 등의 댓글이 많이 달렸다. 이러한 인기 속에 증권사 중에서 삼성증권과 미래에셋대우 유튜브 구독자 수가 최근 10만명을 돌파했다.

주식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저금리에 어떻게든 돈을 굴려보려는 사람들은 은행·카드사 유튜브로 몰렸다. 저금리 시대 자산 관리법, 원·달러 환율 전망, 부동산 투자 정보, 절세 방법, 은퇴에 대비한 연금 관리 방법 등 다양한 영상이 올라오고 실시간 세미나도 개최하면서 이를 챙겨 보는 구독자들이 크게 늘었다. NH농협은행은 48만명을 모았고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도 각각 18만명과 17만명을 모았다.

◇‘실버 버튼’이 금융사 훈장 돼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구독자 1만명을 넘는 금튜브가 드물 정도로 금융사의 유튜브 활용도는 저조한 편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금융사들이 본격 운영에 나서면서 구독자 10만명을 돌파해 유튜브로부터 ‘실버 버튼’을 받은 금융사가 속속 등장했다. 금튜브가 뜬 요인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셀프 투자자’의 급증을 꼽고 있다. 올해 ‘동학 개미 운동’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등으로 자산 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스스로 정보를 찾아 투자하는 소액 투자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유튜브 구독자 수가 작년 말 5000명에서 올 들어 11만9000명으로 뛴 삼성증권 관계자는 “자기 주도적 투자자 수는 지점을 찾지 않고 계좌를 만드는 고객 수로 가늠할 수 있는데, 삼성증권의 경우 올해 비대면 신규 가입 고객 수가 50만명으로 작년에 비해 3배 수준으로 많았다”며 “이들은 투자에 유튜브 등을 적극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튜브가 가진 ‘신뢰할 수 있는 이미지’도 경쟁력이다. 최근 유튜브상에서 각종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사설 채널들이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지만, 얼마나 믿을 수 있는 정보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반면 금튜브는 금융사가 운영한다는 점에서 믿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후죽순 ‘유선생’에 우려도

금융사들은 고객 저변이 확대되고 비대면 투자가 일상화됨에 따라 금튜브를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앞으로 더욱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융 정보를 쉽게 전달하고 고객과 실시간 소통하는 데 있어 금튜브는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유용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투자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기 어려울 수 있는 만큼 투자 정보를 유튜브를 통해 제공할 때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투자협회가 투자 상품 광고성 영상에 대해선 자율 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투자 정보 채널과 영상이 워낙 많아 일일이 모니터링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