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63아트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의 모습./뉴시스

“흙수저로 태어나 남들보다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직업 얻었고, 내 신용으로 은행 대출 보태 이제라도 내 집 한 채 사겠다는데, 이제 그것도 불법이 됐군요.”

“이렇게 계층 이동 사다리가 완전히 불타버렸네요. 부모 잘 만나 현금 많은 사람들 말고는 평생 전세·월세살이 확정입니다. 분통 터집니다.”

정부가 연소득 8000만원 이상 고소득자가 신용대출을 1억원 이상 받고 1년 내 규제지역에서 집을 사면 대출을 회수하는 새로운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13일 발표하자, 부동산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정부가 시가 15억원 이상 주택 구매 시에는 대출을 한 푼도 받지 못하도록 규제했고, 특정 지역 아파트를 살 때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도록 거래 허가제까지 도입하면서 개인의 자유권과 재산권 침해 논란이 일어난 데 이어 개인 신용대출 용처에까지 손을 대자 규제가 선을 넘은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대책 발표 이후 15일까지 포털사이트 부동산카페 등에는 흙수저들은 더는 집을 살 수 없게 됐다는 절망감이 넘쳐났다. 한 네티즌은 “20대 대부분을 책상에 앉아 공부하며 이제 꿈을 이뤘다. 직장 갖고 미래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온갖 대출규제가…. 그간의 노력을 나라가 짓밟는 기분”이라고 한탄했다. 한 맘카페 회원은 “서민들은 그저 임대주택만 목 빠지게 기다거나 월세 살라는 뜻이다. 사다리를 모두 뻥뻥 차버렸다”고 촌평했다. “집값 올려 집 못 사게 만들더니 이제는 전세마저 치솟아 신용대출이라도 받아서 막차 타야 하나 생각했는데, 불가능하게 됐다”, “기본권이라 생각한 거주이전의 자유마저 막다니, 과거 독재정권이 이랬을까 싶다” 등의 의견도 보였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이번 신용대출 규제로 젊은 부부들이 ‘영끌’로 각자 1억~2억원씩 신용대출을 받아 3억~4억원을 만들어서 집을 사는 일이 이제 불가능해졌다고 보고 있다. 신용대출을 통상 연봉의 1.5배가량 나오는데, 최근 들어 신용대출이 급증하면서 1금융권에서는 신용대출 한도가 ‘연봉+2000만원’ 정도로 낮춰왔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정책 취지는 공감하지만, 집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무주택자들에까지 대출을 이용해 주택을 구입할 길을 막아버린 것은 너무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이번 대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집 사지 말라’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며 “무주택자가 1주택자가 되는 경우에는 예외를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30일 이후 신규 신용대출을 받은 경우부터 규제가 적용되는 만큼, 남은 2주 사이에 당장 대출을 받아놓겠다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부인 명의로 신용대출을 1억 턱밑까지 빌리고 남편 명의로 집을 사는 등 맞벌이 부부가 각각 신용대출을 받아두면 된다는 대비책도 서로 공유하고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가 약정서 개정과 전산시스템을 정비해야 하기 때문에 정책을 발표한 13일 이후 약 2주간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면서 “다만 규제 선수요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시행 이전이라도 금융기관들이 자율적으로 차주(빌리는 사람) 단위의 상환능력 심사제도를 적용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주 단위 상환능력심사제도(DSR) 적용에 따른 대출 한도 변경(예시)/금융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