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국제수입박람회(CIIE)의 유니클로 전시장.

“사고 안사고는 개인의 선택이죠. 정치에 왜 감정을 자꾸 집어넣나요?”

“(일본산) 안 사야 깨어있는 지식인인가요. 중국산 사면 애국자가 되나요?”

찬바람 부는 요즘, 주부들이 모이는 맘카페에선 유니클로 관련 주제가 나올 때마다 뜨거운 논쟁이 펼쳐진다.

유니클로로 대표되는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한국 유니클로는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 강남점 등 20여곳 매장이 문을 닫았다. 한국에서의 수백억원대 적자는 일본 모기업인 패스트 리테일링 실적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17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과 순익이 줄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일본 기업 패스트리테일링은 요즘 일본 주식시장에선 승승장구 중이다. 9일 일본 증시에서 시총 89조원에 달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은 전날보다 3.75% 오른 7만8310엔에 마감했다. 역사상 최고치다.

지난 3월엔 주당 4만엔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이후 경쟁사보다 빠른 체질 변화를 꾀하면서 V자형 반등세를 보여주고 있다.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세계적인 위기였지만, 우리에겐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도 지난 달 일본 최대 캐주얼 브랜드인 유니클로가 아시아에서의 온라인 판매를 기반으로 향후 빠르게 실적을 회복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재택, 집콕 중인 아시아권 소비자들이 편하고 실용적이며 가성비 좋은 옷을 구입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 확산이 멈춘 중국에서 이와 같은 실적 회복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FT의 설명이다. 전세계 1위 캐주얼 패션 브랜드인 스웨덴 H&M이나 2위인 스페인 ZARA(자라)는 집콕보다는 집밖에서 더 멋지고 빛나는 패션인 반면, 편하게 입는 유니클로는 집콕이나 재택 트렌드가 오래갈수록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한편, 이날 패스트리테일링 등과 같은 우량주 급등에 힘입어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225지수는 2.12% 오른 24839.84에 마감했다. 버블경제 끝자락인 1991년 11월 5일 이후 29년 만의 최고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