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 연구 노트인 ‘구노’를 개발한 ‘레드윗’ 김지원(26) 대표는 올해 코로나 사태로 투자가 크게 위축된 와중에도 창업 1년여 만에 9억원 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정부 과제 등을 수행하는 연구원들은 연구 증빙 자료가 되는 연구 노트를 반드시 작성해야 하는데, 모든 페이지에 본인과 제3자 인증 서명 등이 요구돼 품이 많이 든다. 구노는 평소에 수기로 작성해둔 기록을 촬영해 올리기만 하면 자동으로 연구 노트로 변환해주고, 블록체인 기술로 위·변조도 방지해 호평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작년 카이스트가 주최한 창업경진대회에서 1등을 했고, 올해 1월에는 미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가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의 카이스트 부스에도 참가했다. 오는 11~12월에 유료화를 하면 2억원가량의 첫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영어 교육 스타트업인 ‘텔라’를 창업한 진유하(31) 대표는 일본으로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텔라의 비즈니스 모델은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아프리카 우간다의 대학 졸업자 중에서 선발한 영어 교사가 카카오톡 채팅을 통해 한국 수강생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다. 취업률이 낮은 우간다의 청년층에게 도움을 주는 동시에, 대면 또는 전화 영어 수업의 대체 수단이 될 것으로 봤다. 현재 서비스 이용자가 8만명, 그중 유료 회원이 1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28일 개막한 국내 최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축제인 ‘IF(Imagine Future) 2020 페스티벌’에 참가한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다. 코로나발(發) 경기 침체로 신생 기업들 역시 한파를 맞고 있지만, 제2의 쿠팡·우아한형제들·토스 등을 꿈꾸는 스타트업의 도전은 꺾이지 않았다. 청년 창업 지원을 위해 국내 주요 은행들이 설립한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가 주최한 올해 IF 페스티벌에는 전국 100여 개의 스타트업들이 모였다. 이 행사는 31일까지 열린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 전광판에 국내 대표 스타트업 축제인 'IF(Imagine Future) 2020 페스티벌' 홍보 영상이 나오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 사태 때문에 현장 행사는 축소하고, 대신 온라인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디캠프
작년 서울 신촌에서 열린 IF 페스티벌에 참가자들이 몰린 모습. /디캠프

◇100여 개 스타트업, 대중과 소통 나서

2017년부터 매년 서울 신촌 거리에서 개최됐던 IF 페스티벌은 지금까지 19만명에 달하는 누적 참가자를 모아왔지만, 올해는 코로나 예방을 위해 비대면 온라인 행사에 중점을 뒀다. 각 스타트업이 거리에 설치했던 부스를 ‘스타트업 블랙프라이데이’ 온라인 사이트로 옮겨왔다.

온라인 사이트에는 레드윗과 텔라 외에도 직장으로 찾아가는 마사지 서비스(헤세드릿지), 질환별로 가장 많이 찾는 병원을 소개해주는 앱(비바이노베이션), 개발자와 디자이너 협업을 도와주는 소프트웨어(픽셀릭), 글을 편집·디자인해 책으로 제작해주는 서비스(에스프레소북)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창업 경험을 공유했다.

해외 송금 플랫폼인 ‘모인’ 창업자 서일석(37) 대표의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모인은 작년 글로벌 컨설팅사 KPMG 등이 선정한 ‘올해의 핀테크 100대 기업’에 토스와 함께 꼽혔던 기업이다. 모인은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활용해 해외 계좌로 돈을 보내는 서비스로, 수수료를 은행 대비 최대 90% 낮추고 송금에 소요되는 시간도 줄여 해외 유학생 커뮤니티 등에서 소문이 났다. 서 대표는 창업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시장인지, 창업 아이템이 기존 서비스보다 조금이라도 나은지 냉정하게 판단하라”며 “전문가 자문을 많이 하고 창업 실패 사례를 가능한 한 많이 분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코로나로 투자 위축, 비대면 판로 개척 과제도

작년 신설된 국내 스타트업 법인 수가 10만8874개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국내에는 ‘스타트업 열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28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코로나 사태와 산업 침체로 인해 3분기까지 누적 벤처 투자 금액이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8.7% 감소하는 등 사업을 이어가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IF 페스티벌에서는 스타트업의 판로 지원을 위해 ‘스타트업 블랙프라이데이’ 사이트를 통해 참가 스타트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한다. 김홍일 디캠프 센터장은 “스타트업이 코로나 시대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비대면 판로 개척에 도움을 주고 스타트업을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 이번 행사의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