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11월 3일)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다수의 여론 조사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나오고 있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어 최후의 승자가 누가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월가에선 누가 당선되는 게 시장에 긍정적 효과를 미칠지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JP모건 “트럼프” vs 골드만삭스 “바이든”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26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S&P500지수가 1년 후 15% 넘게 급등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JP모건은 “질서 있는 트럼프의 승리가 증시에 가장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현재 3300~3400선인) S&P500지수가 390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각종 규제 철폐가 예상되는 에너지와 금융주가 핵심 수혜주로 떠올라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면 “각종 증세에 대비해 투자자들이 IT 기술주를 팔고 이익을 실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반독점법에 근거해 대형 IT 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심해져 그동안 미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기술주들의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택스 파운데이션’도 “바이든 후보의 증세 계획은 향후 30년간 미국의 경제 규모를 1.5% 후퇴시킬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힘을 보탰다. 바이든 후보는 현재 37%인 개인 소득세 최고 세율을 39.6%로 올리고, 21%인 법인세율도 28%까지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이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향후 10년간 추가로 들어오는 세금은 최대 4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이와 상반되는 전망을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2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바이든 후보의 증세 계획은 (상승 중인) 주식 시장에 작은 과속 방지턱에 불과하다”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S&P500 지수는 내년 한 해 동안 13%가량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후보의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지출 확대가 경제를 활성화시켜 증세에 따른 충격을 상쇄할 것이란 논리다.

현재 교착 상태에 빠진 추가 부양책 협상도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더 원활히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바이든의 규제 강화, 증세 공약은 트럼프의 감세 공약에 비해 성장에 기여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바이든이 당선되면 더 적극적으로 코로나 사태에 대응해 경기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후보가 미·중 무역 갈등 등 대외 문제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보다 유연한 입장을 지녔다는 점도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꼽힌다.

◇“트럼프가 대선 불복하면 불안감 커질 것”

과거 미국의 주가 상승률은 민주당 소속 대통령 재임 시절이 공화당 소속 대통령 때보다 더 높았다. 1950년 이후 민주당 대통령 시기의 주가 상승률은 연 13%인 반면, 공화당 대통령 시기는 연 7%에 그쳤다. 2000년 이후에는 각각 13%와 3%로 민주당 대통령 시기의 주가 상승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소속임에도 재임 기간 4년 동안 연 12%씩 주가가 상승해 ‘시장 친화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월가는 바이든 후보의 승리에 좀 더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2016년 대선에서 월가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 2000만달러를 후원했지만, 이번 대선에선 1300만달러 정도만 지원했다. 반면 월가에서 바이든 후보에게 흘러간 후원금은 5000만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CNBC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부했던 수많은 후원자 중 다수가 현재는 (바이든의 승리를 예측해) 후원을 꺼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대선 시나리오는 바이든 후보의 승리로 끝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불복하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과거 대선이 끝나면 누가 당선되든 (불확실성 해소로 인해) 증시가 상승하곤 했지만, 이번 대선에서 낙선자가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2000년처럼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맞붙었던 2000년 미 대선에선 고어 후보가 결과에 불복하면서 대법원 판결까지 한 달간 최종 승자가 결정되지 않았었다. 이로 인해 이 기간 S&P500 지수는 7.5%가량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