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어려워진 한국의 재정 부담을 천문학적인 상속세로 덜어주시고 떠나셨네요.”(증권업계 고위 관계자)

25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별세로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없는 10조원대 상속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막대한 세금이 계열사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속세 10조원은 지난 3년 동안 한국 정부가 거둬들인 상속 세수를 모두 합친 금액과 맞먹는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상속세 신고세액은 3조7000억원 정도였다. 이전에는 4조원이고, 그 전해는 2조9600억원이었다.

고 이건희 회장이 보유 중인 주식 지분을 직계가족이 모두 상속받을 경우 현행법에 따라 상속세만 10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생명은 삼성물산이 지분 19.3%를 갖고 있어 이 지분을 매각해 세금 재원으로 마련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고 이 회장의 유족들이 일부 계열사의 지분 매각을 통해 세금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지배구조상 최상위인 삼성물산은 지분 매각 가능성이 아무래도 낮을 것"이라며 “반면 삼성생명 지분은 일정 부분 처분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지분 구조상 고 이 회장을 포함 특수관계인이 47% 이상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정리되어도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예상에서다.

향후 5년간 직계 가족들이 세금을 나눠서 낸다고 해도 워낙 금액 자체가 크기 때문에 삼성물산이나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의 경우엔 배당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이전 LG그룹 사례를 살펴봐도 알 수 있다. 구광모 회장은 LG 지분 15.95%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구 회장은 지난 2018년 고 구본무 회장 별세로 재산을 물려받으면서 상속세 9215억원 부담이 생겼다.

증권가에선 구 회장이 상속세를 내기 위해 LG 배당을 늘릴 것이라고 예상했고, 실제로 이 같은 배당 증가 흐름이 이어졌다. 2017년 주당 1300원이던 LG 배당금은 이듬해 2000원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2200원으로 높아졌다.

올해는 배당금이 더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높다. 이미 LG는 지난 2월에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는 “최근 신세계, 현대차에 이은 삼성의 행보가 구체화되면서 수면 아래 있었던 국내 재벌의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 2월 13일 LG가 밝힌 중장기 배당정책 내용.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것이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