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왼쪽에서 세번째) 금융위원장과 송영무(왼쪽 두번째) 국방부 장관, 김태영(왼쪽 네번째) 은행연합회장 등이 지난 2018년 8월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장병내일준비적금 출시를 위한 관계기관 협약식에서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금융위원회


현역 군인 박모(22)씨는 지난 8월 휴가를 나와 한 시중은행을 찾았다. 연 6% 이자를 준다고 알려진 ‘장병내일준비적금’에 가입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은행 직원은 “기본금리는 3.5%(6개월 기준)이고, 정부가 지원해주기로 한 우대금리 1%포인트는 적용받을 수 없다”고 했다. “정부가 기본금리도 5%라고 했는데 나라가 거짓말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다른 은행을 찾았지만 그곳에선 같은 상품의 이자율을 2.5~4.5%로 안내하고 있었다.

16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원회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중은행에서 판매되고 있는 정책 금융 상품 ‘장병내일준비적금’의 이자는 만기 6개월 이상~1년 미만의 경우 2.5~4%인 것으로 나타났다. 1년 6개월 이상~2년 만기인 경우엔 5% 이자를 주고 있지만, 정부가 약속했던 6% 이자를 주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이 금융 상품은 2018년 1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병사 봉급 인상에 따라 저축을 장려할 수 있는 금융 상품을 마련하라”고 지시해 만들어졌다. 국방부와 금융위 등 관계 부처는 그해 8월, 시중은행들과 기본금리 5%에 국가 예산으로 1% 우대금리를 얹어 6% 이자를 주는 ‘장병내일준비적금’을 출시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비과세 혜택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6~7% 수준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며 현역 장병을 위한 재테크 상품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정부가 주겠다던 1%포인트 우대금리를 지금까지 못 주고 있다. 정부 예산으로 이자를 지원하려면 병역법을 고쳐야 하는데 법 개정을 못한 것이다. 결국 지난 2월 국방부는 각 은행에 “법 개정이 되지 않아 최초 계획했던 1% 추가 금리를 적용하지 못한다고 안내해달라”고 통보했다. 상품을 출시한 지 1년 반이 지나 금리 조건을 슬쩍 바꾼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2018년 가을 국회에서 법사위 상정에 실패했다”며 “돈 많은 병사들은 혜택을 더 받고, 그렇지 않은 병사들은 적게 받는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법사위원들의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상품에 가입한 한 현역병 부모 A씨는 “사고가 난 라임 펀드나 옵티머스 펀드와 뭐가 다른가”라며 “군인을 대상으로 정부가 사기를 치고 불완전 판매까지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상품을 출시하며 월 최대 불입액인 40만원을 21개월 적립하면 이자로 50만500원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2년 전 일반 적금 상품(평균 금리 2%)에 21개월을 불입할 경우 이자가 15만4000원이었음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그러나 같은 기준으로 현재 최대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38만5000원으로 12만원이 줄었다.

장병들은 물론 시중은행들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아직까지도 기본금리 5%에 정부가 1% 우대금리를 적용해준다고 믿고 찾아오는 군 장병이 적지 않은 데다, 같은 적금 상품의 금리가 1% 안팎으로 떨어져 팔수록 손해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생색은 정부가 내고, 은행들은 민원인도 설득해야 하고 손해도 전부 감당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윤창현 의원은 정부 말을 믿고 적금에 가입한 군 장병들에게 약속한 이자를 모두 지급해주기 위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7월 말 기준 이 상품 가입자는 66만명, 가입 금액은 5855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