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아이디어가 발상의 전환이나 우연에서 시작되지만, 상품으로 시장에 나오려면 부단한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은 엄두내기 어려운데요. 나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견본이 될 ‘창업 노트 훔쳐보기’를 연재합니다.

혀니별인더스트리의 오재현 대표. 오 대표는 93년생이다. /더비비드

“저는 휴일이 없습니다. 일이 제 인생 같아요.”

미디어에서는 ‘요즘 것’들이 쉬운 길을 찾는다고 아우성이다. 93년생인 혀니별인더스트리의 오재현 대표(30)는 나이로는 요즘 것에 해당하지만 어려운 길을 택했다. 바로 창업이다.

22살 어린 나이에 창업에 뛰어든 그는 4개의 브랜드를 운영하며 회사를 매출 30억원 규모로 키웠다. 2021년부터는 프리미엄 와인 브랜드 ‘올빈’을 론칭해 다양한 히트작을 냈다. 오 대표를 만나 와인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무르익어가는 청년 사업가의 창업기를 들었다.

◇예쁘고 품질 좋은 와인 액세서리 브랜드

올빈의 대표 상품들. (왼쪽부터) 와인 에어레이터, 칠링백. /올빈

혀니별인더스트리는 다양한 브랜드의 운영사다. 드론, 게임기 등을 취급하는 ‘오키오’와 생활 용품 및 주방용품 브랜드 ‘혼시티, 전통과자 브랜드 ‘아돌스’, 프리미엄 와인 액세서리 브랜드 ‘올빈’이다. 디자인 스튜디오 ‘트릴리언룸’도 운영하고 있다.

2021년 론칭한 올빈은 후발주자지만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빠르게 자리잡았다. 대표 상품은 와인 에어레이터다. 간단한 방식으로 향이 열리지 않은 와인에 산소를 공급해 와인의 맛과 풍미를 짧은 시간에 극대화하는 제품으로 지금까지 2만개 이상 팔렸다. 개봉한 와인의 산화를 억제하는 스토퍼 마개와 극세사 와인 잔 클리너도 인기다.

올빈은 와인 시장이 고급 시장이라는 데 주목해 가성비와 품질을 함께 추구한다. 예컨대, 피크닉, 캠핑 등 야외활동 시 와인을 시원하게 보관하는 칠링백은 기존 칠링백의 고질적 단점인 물 맺힘이 적고 냉매가 두꺼워 냉기를 오래 유지한다. 디자인도 예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호응을 얻었다.

◇멀티 브랜드, 구멍 없이 운영하려면

오 대표는 대학생 때 창업했다. /더비비드

오 대표는 어릴 적부터 장사에 재능이 있었다. “중, 고등학생 때 중고물품을 사서 가치를 끌어올린 다음 상품화하는 걸 잘했습니다. 고가의 자동차 모형을 구매해서 깔끔하게 만든 다음 되팔아서 용돈벌이를 했어요.”

국민대 국제학부에 진학했지만 영원한 4학년이다. 2016년,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창업했기 때문이다. “군 전역 후 동대문 완구 시장을 지나갔는데 나노 블록이 인기더라고요. 세트로 판매했는데 반응이 뜨거웠어요. 아르바이트비보다 많은 돈을 벌었죠. 하지만 생각보다 나노 블록 열풍이 빨리 끝났어요. 인형, 드론, 게임기 등 제품군을 확장했습니다. 장난감 브랜드 ‘오키오’를 론칭하며 본격적으로 이 사업에 뛰어 들었습니다.”

오 대표는 창업 초반 작은 사무실에서 자본금 40만원으로 시작했다. /오재현 대표 제공

오키오 브랜드만으로는 회사를 성장시키는데 한계가 있었다.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대목이 지나면 비수기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꾸준히 매출을 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 뭘까 고민했어요. 멀티 브랜드가 답이었습니다. 콘셉트가 확실해서 마니아층이 있는 브랜드 여러 개를 운영하기로 했죠.”

2017년 상세페이지, 모델관리, 사진 촬영 등을 기획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트릴리언 룸’을 시작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카테고리를 달리해서 오키오, 혼시티, 아돌스, 올빈 총 4가지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돌스의 경우 오프라인 카페도 운영하고 있어요. 모두 5년 이상 생존한 브랜드죠. 멀티 브랜드 전략은 통했습니다. 창업 첫해 매출 1억원, 그 다음해에 2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5억원, 10억원, 20억원으로 우상향 하고 있거든요. 단 한번도 고꾸라진 적이 없어요.”

혀니별인더스트리는 멀티 브랜드 전략을 취하고 있다. 각 브랜드의 대표 상품들이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오키오의 드론, 혼시티의 김치 자르미, 트릴리언룸 디자인 스튜디오 촬영 현장, 아돌스의 휘낭시에. /혀니별인더스트리

‘문어발 식 확장 아니냐’는 지적에는 할 말이 있다. “저희는 수요층이 확실한 마니아 시장만 공략합니다. 돈이 될 것 같다고 무턱대고 뛰어들지 않아요.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분야만 다루죠. 성공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브랜드는 과감하게 없앱니다. 실제로 판매 성과는 좋았지만 콘셉트가 불확실해 성장이 불투명해서 폐기한 브랜드도 있습니다.”

◇프리미엄 와인 액세서리 브랜드 키우는 법

오 대표는 와인 세계에 입문하면서 와인 액세서리에 결핍을 느꼈다. /오재현 대표 제공

올빈은 2021년 3월 론칭한 신생 브랜드다. 오 대표의 취미 생활에서 출발했다. “코로나 팬데믹 때 혼술 문화가 생기면서 와인이 급부상했습니다. 저도 지인을 통해서 고가의 와인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이 세계에 파고들어보니 와인 액세서리에 결핍을 느꼈습니다. 한국에서 와인 시장이 성장세겠다, 취미 생활을 더 풍요롭게 해줄 제품을 만들어야겠다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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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빈 브랜드로 가장 먼저 출시한 더 뒤레 오프너를 사용하는 모습. /오재현 대표 제공

가장 먼저 올드 빈티지 전용 오프너 ‘더 뒤레 오프너’를 출시했다. 고가였지만 큰 인기를 끌었다. “오래된 와인은 코르크가 약합니다. 시중의 오프너를 사용했다가 코르크가 깨지는 경우가 다반사죠. 우리나라 최초로 오래된 와인 전용 오프너를 시판했어요. 70~80년된 와인의 코르크도 깔끔하게 제거할 수 있죠.”

1. 와인의 역사 속에서 신제품 발굴

올빈의 에어레이터로 디캔팅 하는 모습. /올빈

두번째 히트작은 ‘와인 에어레이터’다. “병에 든 와인을 유리병에 옮겨 담는 작업을 ‘디캔팅(Decanting)’이라고 합니다. 혹자는 디캔팅을 쇼에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디캔팅의 역사는 깁니다. 프랑스에서 1600년대부터 디캔팅 문화가 자리매김했다고 해요. 와인 역사에서 뺄 수 없는 문화죠. 디캔팅의 목적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번째는 침전물을 걸러주는 것이고 두번째는 와인을 산소와 닿게 해 와인이 숙성하면서 발생한 안 좋은 맛과 향을 없애 주는 것이죠. 와인에 숨을 불어넣어준다는 뜻에서 이 과정을 브리딩(breathing)이라고 부릅니다.”

고급 시장을 겨냥한 더 뒤레 오프너와 달리 에어레이터는 저가 시장을 타깃으로 한다. “고가의 와인을 즐기는 분들은 몇 시간의 여유를 두고 한 병을 마십니다. 30분에 한 잔을 비우는 정도죠. 시시각각 변하는 와인의 맛을 즐기면서요. 반면 ‘편의점 와인’이라고 하는 저가 와인은 갓 따면 타닌감과 알코올 맛이 많이 나기도 합니다. 이런 와인의 향을 풀려면 오픈하고 1시간은 기다려야 해요. 에어레이터를 쓰면 향이 빨리 풀립니다. 에어레이터를 통과하면서 공기가 와인에 직접 주입되기 때문이죠. 오래 기다려 디캔팅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1만원짜리 와인도 3만~4만원짜리 와인만큼 맛있어 질 수 있어요.”

2. 기존 제품의 아쉬운 점 보완

올빈의 에어레이터와 스토퍼를 들고 포즈를 취한 오 대표. 올빈의 에어레이터는 시중의 에어레이터보다 크다. /더비비드

기존 제품의 아쉬운 점을 보완하는 식으로 기획했다. “일상에서 느낀 결핍을 보충하는 제품을 만들기로 했어요. 당시 사용해본 에어레이터들은 너무 아담했어요. 와인 한 병이 750ml인데, 한 번에 와인을 내보내는 양이 너무 적었죠. 크기를 키우는데 초점 맞췄습니다. 중국 현지에서 가장 좋은 제품을 소싱한 다음에 디자인을 개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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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빈의 에어레이터는 3중 구조다. /올빈

디캔팅 목적에 충실해 3중 구조로 설계했다. “와인이 처음 닿는 1층부의 거름망이 침전물을 걸러줍니다. 2층부에서는 스프레이처럼 와인을 뿌려 브리딩 효과를 극대화하죠. 에어레이터 내부와 외부의 기압차를 이용한 ‘베르누이 효과’로 와인에 공기를 효과적으로 주입하는 건데요. 풍부한 거품이 형성되면서 와인의 풍미가 살아납니다. 3층부는 와인이 나오는 추출구로, 침전물을 한번 더 걸러줍니다. 각 부분을 분리할 수 있어서 세척이 용이하죠. 부속품만 따로 사서 교체할 수도 있어서 보다 오래 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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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공장에서 시찰하는 모습. /오재현 대표 제공

식생활과 밀접한 제품인만큼 소재와 안전에 신경 썼다. “인체 무해한 의료용 실리콘을 주요 소재로 썼습니다. 높은 기준치를 충족하는 현지 공장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았어요. 적잖은 비용을 들여서 수없이 발품을 판 끝에 손발이 맞는 곳을 찾았죠. 에어레이터는 약 10가지 부품으로 이뤄졌는데요. 한국 수입식품안전검사를 통해 모든 부품의 안전성을 검증했습니다.”

3. 업계 최고 수준의 상세페이지로 이목 끌기

올빈의 에어레이터를 활용하는 모습. /올빈

올빈을 ‘아는 사람만 쓰는 명품 와인 액세서리 브랜드’로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소비자와의 첫 관문인 상세페이지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다. “와인 시장의 소비자들이 어떤 점을 원하는지를 파악해 소구점을 설정합니다. 타사도 그 소구점을 소비하고 있으면 저희만의 소구점을 1~2가지 더 추가해요. 에어레이터의 경우 저렴한 와인의 맛과 향을 고가 와인처럼 만들어 준다, 불쾌한 알코올 향을 날려 숙취를 줄여준다, 대용량이라는 점을 핵심 메시지로 설정했어요. 이후 사진과 영상 촬영을 하고 상세 페이지를 제작하죠.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어서 상세페이지는 자신 있었습니다. 와인 액세서리 업계에서는 톱 수준의 퀄리티라고 자부하죠.”

4. 고급 식당 사장들이 먼저 찾는 브랜드로 자리매김

더현대서울에서 팝업 행사를 진행한 모습. /올빈

프리미엄 전략은 통했다. 다양한 판매 채널에서 올빈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에어레이터 론칭 초기에 신세계 L&B가 운영하는 와인앤모어에 입점했습니다. 국순당과 협업해 백화점 와인 행사 매대의 사은품으로 납품하기도 했어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와인 동호회 카페에서 공동구매도 진행했죠. 온라인 중심으로 유통하지만 다양한 판매 채널을 확보한 덕에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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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레이터의 성공을 발판으로 제품군을 확장했다. 지금까지 약 30가지의 와인 액세서리를 취급하고 있다. “와인을 진공 상태로 저장할 수 있게 하는 스토퍼는 1만5000개 이상 나갔습니다. 비싸고 내구성 좋은 소재인 스테인레스 304를 사용한 제품인데요. LG전자의 신입사원 웰컴키트로도 납품했어요. 이외에 와인을 비롯한 주류를 오랜 시간 시원하게 유지해주는 칠링백도 반응이 좋아요. 두꺼운 냉매를 써서 지속 시간이 길죠.”

와인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식당에서도 올빈을 찾기 시작했다. “와인잔이나 유리 집기를 닦는 극세사 천의 경우 전국의 와인바에서 인기몰이 했어요. 2만개 이상 팔렸죠. 와인 콜키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강남 지역의 오마카세 식당이나 이자카야에서도 저희 제품을 많이 구매합니다. 와인은 특별한 날에 마시는 음료잖아요. 소비자가 대접받는 느낌을 주는데 중점을 두고 예쁘고 질 좋은 제품을 출시했는데, 제 의도가 통한 것 같아요.”

◇중국 커머스의 위협이 두렵지 않은 이유

오 대표는 젊은 나이에 창업을 선택한 것이 운명이었다고 말했다. /더비비드

2023년 연매출 3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예상치는 40억원이다. “요즘 중국의 테무나 알리익스프레스같은 전자 상거래 플랫폼의 선방으로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차별화가 절실한 시점이죠. 제품 환불이나 불량 건을 모아서 품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홍보용 콘텐츠의 퀄리티를 높이는 작업도 진행 중이고요. 대형 플랫폼에서도 따라올 수 없는 저희만의 영역을 개척해야 하니까요. 장기적으로는 각 브랜드를 해당 카테고리에서 인정받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요.”

학위 대신 일을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다. “사업을 해보니까 돈을 많이 버는 것과 별개로 일이 잘 맞아서 행복합니다. 시장을 개척하고 나만의 제품을 만드는 게 제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 저를 시기하거나 질투하는 시선도 분명히 있어요. 제 일을 폄하하는 동창도 있었죠. 하지만 저를 응원하는 이들이 더 많습니다. 부모님도 자랑스러워 하시고요. 원대한 목표로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나노블록으로 시작해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온 건데요. 제품을 사람들이 잘 쓰고 있는 걸 볼 때 정말로 뿌듯합니다.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음에, 그리고 저의 여정에 힘을 보태 준 동료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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