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대신 경력직, 공개 채용 대신 수시 채용’.

요즘 채용 시장 분위기를 압축한 것이다. 구직자들이 공채 시즌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모습이 과거의 풍경이 되고 있다. 기업의 경력직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수시 채용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시 채용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인사담당자의 일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채용 시장 전반에 감지되고 있는 변화의 흐름을 알아봤다.

◇”너 몇 기야?” 기수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교정에 졸업생 공개 채용을 안내하는 기업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0년 촬영한 사진이다. /조선DB

과거 채용의 패러다임은 ‘공개채용’(이하 공채) 중심이었다. 공개채용이란 특정 기간 동안 전사적으로 필요한 인력을 한 번에 뽑는 채용 방식이다. 공개채용 지원자들은 기업이 지정한 일정에 맞춰 서류, 인적성 시험, 면접 등의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그동안 기업들은 매년 1~2회 공채를 통해 인력을 대규모로 뽑은 후 교육시켜서 현업에 투입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인력이 업무에 적응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이직 등으로 인력이 이탈할 경우의 기회비용도 적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공채를 대하는 시선이 달라졌다.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들이 공채로 인해 파생되는 시간과 비용을 투자가 아닌 부담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업무의 세분화, 전문화가 되는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직무에 특화된 인재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공개채용 지원자들은 기업이 지정한 일정에 맞춰 서류, 인적성 시험, 면접 등의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자연스레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직무 지식이나 경험이 있는 인재를 필요할 때 채용해서 바로 현업에 투입하는 수시 채용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00인 이상 기업 500사(응답기업)를 대상으로 ‘2023년 신규채용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신규 채용 계획이 있는 기업의 67.4%가 수시채용만 실시한다고 답변했다. 정기공채·수시 병행은 25.4%에 그쳤다.

‘수시 채용은 IT 분야의 전유물’이라는 인식과는 달리 대기업도 적극 도입하는 추세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19년 대졸 공채를 폐지했고, LG그룹도 2020년 공채를 없앴다. SK그룹은 2022년 계열사별로 100% 수시 채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삼성그룹은 공채를 유지 중이지만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목상의 이유로 유지하고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인사담당자들의 새로운 업무 툴 ATS

기업들이 수시 채용으로 눈을 돌리면서 인사담당자들이 일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공채의 경우 지원서를 한 번에 검토한 후 합격, 불합격 여부를 한 번에 통보했기 때문에 채용 전 과정을 일괄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수시 채용의 비중이 커지면서 일괄적인 일 처리가 불가능해졌다.

예컨대, 수시 채용이나 상시 채용은 회사가 아니라 지원자 입장에서 일정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관리해야 할 데이터의 단위가 채용 공고가 아니라 채용 공고별 지원자와, 지원자별 전형 단계로 세분화된다. 채용 관리 절차가 복잡 해진다는 소리다. 인사담당자가 일일이 수기로 관리하면 업무 처리 속도가 늦어져 기회비용이 커진다. 이력서 누락 등의 우려도 크다.

그리팅 서비스 개요. /두들린

수시 채용으로 채용 패러다임이 변화하자 ATS(Applicant Tracking System)가 각광받고 있다. 지원자 관리 시스템을 뜻하는 ATS는 기업이 인력 채용과 관련한 제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수시 채용이 일반적인 미국에서는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ATS 사용률이 늘었다. 대표적인 ATS 기업은 두들린이다. 두들린은 ‘그리팅’이라는 이름의 ATS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채용담당자는 그리팅을 활용해서 손쉽게 채용 공고를 만들고, 단계별 전형을 관리할 수 있다.

지원자들은 해당 공고를 통해서 이력서를 제출하는데, 지원자가 접속한 구인 구직 플랫폼과 상관없이 그리팅으로 모든 이력서가 모인다. 이후 지원자 서류 관리 및 평가, 절차별 메일 전송, 면접 일정 정리 등 채용의 모든 과정을 그리팅에서 할 수 있다. 잡플래닛, 프로그래머스 등 채용 플랫폼에 연동돼 있다. 그리팅 사용 시 채용에 소요되는 시간이 약 65% 줄어든다.

◇지원자 받다가 ‘멘붕’ 오지 않으려면

그리팅은 수시 채용 트렌드와 맞물려 빠르게 성장했다. 2021년 7월 출시해, 올해 11월 기준 총 6000곳의 기업이 그리팅을 도입했다. 컬리, 야놀자, 오늘의집 같은 유명 스타트업부터 LG디스플레이, KB증권, 넥슨 같은 대기업까지 그리팅으로 채용 업무를 관리한다. 올해 11월 기준 약 133만명이 그리팅을 통해 입사 지원을 했다.

빠른 성장의 배경으로는 ‘업무효율화’를 꼽을 수 있다. 그리팅을 통해 해외 채용을 진행한 한 대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공고별로 지원자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서 편하다”며 “수시 채용이 잦은 조직이나 채용 절차를 간편하게 만들고 싶은 조직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ATS 같은 프로세스 도입 유무가 채용 브랜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두들린의 이태규 대표는 “채용 공고를 수시로 업데이트 하지 않으면 잘못된 정보가 전달될 우려가 있는데 ATS를 통해 공고를 수시로 업데이트 하고, 내용을 자세히 기술하면 지원자에게 ‘이 기업은 지원자에게 신경을 쓴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팅의 지원자 관리 기능. /두들린

채용 이후의 관리도 수월하다. 기업들은 채용 광고에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한다. 하지만 어떤 경로로 지원을 하게 됐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경로가 부족하다. 이 대표는 “ATS를 사용하면 지원자별 유입 경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며 “해당 데이터를 채용 전략을 짤 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원자의 구직 경험도 좋아진다. 지원자는 기업 사이트에 가입할 필요 없이 이력서만으로 간편하게 지원을 할 수 있다. 합격과 불합격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채용 사이트를 수시로 들락날락할 필요도 없다. 문자나 메신저로 단계별로 채용 알림을 보내기 때문이다. 면접 일정도 지원자가 편한 시간으로 선택할 수 있다.

그리팅을 도입한 한 금융사의 인사담당자는 “이전에는 어느 공고의 지원자인지 일일이 확인해야 했는데 그리팅 도입 후에는 지원자와 주고받은 이메일과 문자메시지가 기록에 남아서 무척 편리하다”며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우려가 없어 지원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부분이 가장 만족스럽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ATS 같은 프로세스 도입이 결국 채용경쟁력 강화로 귀결된다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좋은 인재를 적시에 채용하는 게 수시 채용의 목적인데 뛰어난 인재는 다른 회사에서도 원하기 때문에 이들이 채용 과정에서 이탈하지 않는 환경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