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각종 전시회와 박람회가 취소되면서, 스타트업들이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낼 기회가 크게 줄고 있습니다.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 서울 강남구청과 함께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온라인 박람회 ‘스타트업 블랙프라이데이’를 개최합니다. 홈페이지(http://iffestival.kr/)를 방문하면 다양한 스타트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주요 참가 기업 인터뷰 시리즈 ‘득템 스타트업’을 연재합니다.

아이디어가 돈이 된다는 말은 구문(舊聞)이다. 하지만 막상 실제 하려면 돈이 되는 아이디어를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의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초기 ‘투자금 모집’ 단계를 넘지 못하고 좌절하는 이유다. 대학원을 졸업하자마자 낸 아이디어가 대박을 친 사람은 무엇이 다를까. 블록체인 기반 전자연구노트 ‘구노’ 개발사 레드윗(ReDWit)의 김지원 대표를 만났다.

김지원 레드윗 대표 /레드윗

◇잘 아는 분야를 찾자 답이 나왔다

김 대표는 ‘레드윗’이 첫 창업이 아니다. 2017년 대학원에 들어가자마자 화장품이 정품인지 확인해 인증하는 스타트업을 친구들과 시작했다. 화장품이 고가(高價)가 되면서 페이크(fake) 제품 시장이 커지자, 이에 착안해 창업한 것이다. 시장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는데 1년만에 그만뒀다.

-왜 나왔나요.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어요. 화장품이 만들어지는 프로세스 등을 자세히 알지 못하니 제가 낸 사업 아이디어들이 큰 성과를 내지 못했어요. 답답했습니다. ‘내가 잘 아는 걸 해보자’는 마음에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했어요.”

-사업 아이디어가 바로 떠오르던가요.

“아뇨. 돌이켜 보면 그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대학원 졸업은 했지, 들어오는 돈은 없지,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 생각에 걱정이 많이 됐어요. 생각이 계속 떠오르지 않아서, 대학원 생활하면서 했던 것을 노트에 꼼꼼히 적어봤어요. 그 중 상품 가치가 있어 보이는 걸 들고 대학원 때 교수님을 찾아뵈었죠. 교수님들 뿐 아니라 동료들도 ‘이건 정말 필요하다’라고 말씀 하신 게 ‘연구노트’ 사업이었어요.”

연구노트 '구노' 서비스 화면 /레드윗

-연구노트라는 말이 생소합니다.

“정부과제를 하는 석사 이상 연구원들에게 주로 필요한 것입니다. 정부는 과제의 결과 뿐 아니라 과정도 중요하게 봅니다. 정부 지원에 대한 증빙자료로 연구 과정이 담긴 연구노트가 쓰이죠. 추후 성과물을 두고 분쟁이 벌어졌을 때 요긴하게 쓰이기도 합니다. 연구노트가 갖춰야 할 요건은 법으로 정해져 있어요. 반드시 연구자 본인이 써야 하고, 제 3자가 이를 확인했다는 서명을 해야 한다는 것 등입니다.”

-연구노트로 어떻게 돈을 벌죠.

“대학원생들은 연말만 되면 연구노트를 한번에 쓰느라 허덕입니다. 주로 손으로 적는데, 몰아서 쓰게 되죠. 연구노트를 편하게 작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생각했습니다. 손으로 쓴 연구노트를 휴대전화로 찍어 프로그램에 업로드하면 자동으로 법적 요건을 갖춘 연구노트가 만들어지도록 하는 식이죠. 연구노트가 갖춰야 할 요건이 입력돼 있어서 자동으로 적용됩니다. 돈을 내고 쓸만한 서비스입니다.”

카이스트 창업경진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레드윗 /레드윗

◇울면서 치룬 창업경진대회에서 1등

연구노트를 전자화 시키자는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한 바로 다음 달인 지난해 4월, 카이스트 창업경진대회에 나갔다. 세 차례 중간평가 등 6월까지 심사가 길게 이어졌는데, 중간평가 모두 1등을 차지했다. 최종 결과도 당연히 1등이었다.

-비결이 뭐였나요.

“제가 잘 아는 분야여서 아이디어가 쉽게 구체화 되었습니다. 과정은 힘들었습니다. 매달 평가를 하는데 정말 울면서 준비했죠. 그래도 결과물을 보니 저희가 준비한 것들이 남들보다 훌륭하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성공을 하면서 성장했습니다.”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나요.

“카이스트 홈페이지를 통해 프로그램 초기 모델을 사용해 볼 사람을 모집했어요. 30명을 대상으로 사용해보도록 했는데 90분 걸리던 연구노트 작성 시간이 1~2분으로 줄고 하루 평균 작성하는 노트 수도 0.41개에서 4.41개로 늘었어요. 한 번 더 시범 운영을 했는데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습니다. 누구라도 한 번만 사용해보면 장점을 알 거라고 생각했죠.”

편안한 분위기에서 회의를 하는 레드윗 직원들 /레드윗

◇1년 만에 받은 투자금만 9억원 넘어

카이스트 경진대회에서 받은 상금은 1000만원. 이후 한 투자사에서 1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때부터 사업규모가 커졌다. 창업경진대회 때까지만 해도 4명이었던 직원은 개발자 등 영입으로 10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하반기는 실제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썼다. 지난 1월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가전박람회)의 카이스트 부스에 참여했다.

-외국인들이 관심을 보이던가요.

“사실 외국인들은 한국 부스 자체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한국계 외국인과 한국 투자자 분들이 큰 관심을 보이셨죠.”

-투자로 이어졌습니까.

“CES와 관련된 언론 기사에 저희 이야기가 나갔고, 그 내용을 본 KB인베스트먼트에서 연락을 주셨어요. 지난 6월 KB인베스트먼트,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 미래과학기술지주, 본엔젤스에서 8억원을 투자유치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9월에는 블록체인 전문 기업인 블록크래프터스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습니다(투자금은 알려지지 않았다).”

'구노' 설명 이미지 /레드윗

◇11월 홍콩 전시회, 연구노트 유료화 등 사업 확대

레드윗의 전자연구노트 ‘구노’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난 7월 프로그램을 런칭하면서 무료로 공개하기로 한 석 달이 이제 종료되기 때문이다. 주로 연구기관에서 단체로 사용해 현 사용자는 300여명 수준이다. 11월부터 유료로 전환된다. 사용료 정가는 1인당 한 달 1만원이다. 단체 할인이 가능하다.

-매출 전망이 어떻게 됩니까.

“11월과 12월은 총 2억원 정도 매출을 예상합니다. 내년부터는 공격적 영업을 통해서 국내 연구원들의 70%가 ‘구노’를 사용하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후에는 작성한 연구노트를 다른 연구원이 사서 볼 수 있게 하는 사업으로 확장하려고 합니다. 물론 작성한 연구원의 동의가 있어야 하죠.”

지난 1월 열린 CES 참가 모습 /레드윗

-해외 진출 계획은요.

“11월에 온라인으로 열리는 홍콩 온라인 전시회에 ‘구노’를 출품합니다. 홍콩판 CES죠.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연구노트를 법으로 규정해놓지는 않았지만, 편리성 등을 이유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려고 합니다.”

-'구노' 다음에 나올 상품도 있나요.

“요즘 중학교나 고등학교는 과정중심의 평가를 한다고 해요. 학생을 위한 연구노트 분야로 범위를 넓히는 것이 목표입니다. 학생과 연구원 뿐 아니라 ‘기록’이 중요한 다른 업종이 어떤 것이 있는지 현재 연구 중에 있습니다.”

‘스타트업 블랙프라이데이’ 홈페이지(http://iffestival.kr/)를 방문하면 ‘구노’ 등 많은 스타트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