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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커넥트의 안상일(41) 대표 하면 떠오르는 말이 있습니다. 연쇄창업가, 7전8기, 2조 대박…. 서울대 공대 재료공학부 00학번인 안 대표는 스무살때부터 창업에 도전해 검색 엔진, 옷가게, 김밥 장사 등 여러 실패를 딛고 8번째 만에 영상채팅앱 아자르를 성공시킨 창업가입니다. 아자르는 아직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전세계 1억명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한 앱입니다.

230여국에서 21가지 언어로 1억명 이상이 사용 중이며, 누적 다운로드수가 5억4000만건이 넘습니다. 특히 인터넷 환경이 열악한 중동에서 대박이 났죠. 안 대표는 2013년 시작된 아자르를 무기로 하이퍼커넥트를 7년만에 연매출 2500억원, 직원 400명의 글로벌 회사로 키워냈습니다. 그러다 돌연 2021년 2월 데이팅앱 틴더로 유명한 미국 매치그룹에 회사를 2조원에 매각했죠. 이후 두 회사가 본격 경영통합을 한지 만 1년이 막 지난, 이달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하이퍼커넥트 사무실에서 ‘회사원’이 된 안 대표를 만났습니다. 그는 “이제 창업은 더 하지 않겠다. 여기서 승진하는 것이 목표중 하나”라고 했는데요.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하이퍼커넥트 사무실에서 만난 안상일 대표는 “이제 창업은 다시 안하려 한다. 할만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틴더에 2조원 매각 ‘엑시트’ 한 안상일 “이제 창업은 더 하지 않겠다. 여기서 승진하는것이 목표다.”

틴더로 유명한 매치그룹에 매각한지 만 1년이 지났습니다. 무엇이 달라졌나요.

“비상장에서 상장회사가 됐죠. 흡수가 됐으니까요. 상장사에 대해서는 규제도 많고, 절차도 복잡하더라고요. 그거 말고는 방향이 바뀐건 없습니다. 하던 비즈니스를 그대로 해요. 매치그룹이 인수할 때 발표한 것을 보면, 우리 하이퍼커넥트를 테크 분야로 본다는 겁니다. 자기들이 하고 있지 않은 분야였죠. 우리 기술을 매치에 이식하는 것을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1년간 이런 일을 많이 했어요. 우리가 개발했던 기술을 전수하고, 각종 기술 프로젝트를 이것저것 많이 했습니다.”

기술 이식?

“지난 5월, 매치그룹의 유럽 데이팅 서비스 ‘미틱 유럽’에 우리 영상기술을 적용했습니다. 최대 30명까지 동시 접속할 수 있는 그룹 라이브 채팅 기능입니다. 우리가 만든 노하우와 기술 기반으로 새로운 서비스가 나온 셈이죠. 분위기가 좋아요. 앞으로 매치그룹 브랜드가 하이퍼커넥트 기술을 가져다 쓰고, 여러 프로젝트가 나올겁니다. "

덜컥 팔렸습니다. 해외 기업과 2조짜리 딜이라, 어떤 식인가요?

“2018년에 덜렁 콜드메일이 왔습니다. 그렇다고 특별한건 아니었어요. 아자르처럼 글로벌 여러 나라에 걸쳐있는 제품은 여기저기서 참고를 많이 하거든요? 우리와 비슷한 섹터에 누가 있나. 누가 라이징 프로덕트인가 열심히 찾다보면 레이더에 걸리는 식이니까요. 참고하기 위해서 ‘겟 투 노우 이치 아더(Get to know each other)하자’ 이런 것이었죠. 그렇게 알고 지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재작년 하이퍼커넥트가 펀딩을 준비하고 있는 과정에서, 자기들도 참여하고 싶다고 제안이 왔어요. 논의가 진전되다가, 아예 인수제안으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콜드메일 왔어요, 특별하지도 않아요. Get to know each other, 이런 식요”

원래 엑싯 계획 중인데 마침 콜드메일이 왔다?

“그런건 아니었어요. 회사가 계속 넥스트 스텝을 고민하는 단계가 되면 보통 상장을 생각하죠. 인수는 내가 고를수 있는게 아닙니다. 누가 해줘야 되는 거잖아요. 선택지에 없는 거죠. 딱 마침 매치가 제안을 했고, 그 순간에 그냥 고민을 한거죠.

요즘엔 M&A 가능성도 미리 셈법에 놓고 창업하는 분들 많아요.

“맞아요. 요즘 영민한 창업자들이 많습니다. 이들 IR 피칭 들어보면, 저희 회사는 상장보다는 이리저리해서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하는게 좋은 엑싯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분들도 있어요. 이거 뭐라고 하기 보다는, 똑똑하다고 생각해요. 창업자들이 ‘내가 창업했으니까 은퇴할때까지 이걸 하겠다’라고 생각하는거 같으시죠. 그것보다는 내가 만들어보고 싶은걸 실제로 만들고, 이렇게 나온 회사가 정말 계속 커나가는걸 보고싶어하는 마음이 큽니다. 그런데 독립적으로 계속 클 수 있는 회사가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회사도 있어요. 다른 회사랑 합쳐졌을 때 더 클 수 있는 회사도 있으니까요. 그런 관점에서는 인수라는 선택지를 아예 지우고 시작하는건 좋지 않습니다.”

아자르는 해외에서도 잘 나갔는데, 갑자기 안 팔아도 되지 않았을까요?

“매치가 하는 비즈니스와 우리 비즈니스는 달라요. 매치가 우리를 단순 흡수했다는 개념보다는 서로 다른 두 개가 합쳐졌다는 것에 가깝죠. 거기는 영역을 확대하고 우리는 힘을 얻고. 매치의 시장은 대부분 서구권이었습니다. 반면 아자르는 아시아권에 강하고 서구권에 약했죠. 매치 경영진 입장에서는 아시아 시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컸을 겁니다.

그리고 데이팅앱과 소셜디스커버리앱은 달라요. 소셜디스커버리는 로멘틱한 관계 보다는 관심사끼리 뭉치죠. 또 매치그룹은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큰 회사입니다. 파이낸싱 마케팅을 잘하는 회사죠. 브랜드 캠페인도 되게 잘해요. 반면 기술회사는 아니었죠. 반면 우리는 특이하게 기술을 파고들어 열심히 하던 회사잖아요. 기원 자체가 엔지니어들이 같이 협업해서 솔루션을 직접 다 만드는 기술 스피릿이니까요. 그래서 통합 후에 서로 겹치는 사업 부분을 걷어내고 효율화하는 과정이 거의 없었죠.”

하이퍼커넥트 직원들이 라운지에서 일하는 모습. /하이퍼커넥트

◇“틴더는 데이팅앱, 우린 소셜디스커버리앱, 달라요.”

영미권에서 아자르가 좀 의미있는 성과가 나고 있나요.

“아직입니다. 지난 1년동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게 중요했어요. 그들이 우리 비즈니스를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1년간은 회사를 통합하는 과정의 비중이 컸습니다.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한다는 느낌이랄까요. 서로 다른 문화와 시스템 갖고있는 회사가 합치는건 힘든 일입니다. 이제 1년간 어느정도 정비가 됐고, 미국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하이퍼커넥트가 비즈니스를 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요새 비즈니스 분야 인재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프로덕트 위주 조직이었지, 비즈니스 비중이 적었습니다. 하반기를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어요.”

경영은 하지만, 이제 내 회사가 아니잖아요. 일하는 방식이 달라진건 없나요.

“달라진거 많죠. 회사 오너였다가 이제 직장인이 됐는데. 이런 이야기 하면 사람들이 막 웃더라고요. 직장인이 됐다는 느낌이 뭐냐면, 내 위에 보스들이 생겼어요. 그동안 주욱 보고를 받기만 했는데, 이제는 내가 보고도 하고 말이죠. 피드백도 주기만 하다가, 내가 받고 있어요. 이런 것들에 적응하는 과정입니다.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은게…. 제가 한국회사에서 직장인으로 살아보지 않았어요. 직장생활을 잘 모르죠. 제대로된 이런 생활을 나이 마흔에 처음 해보네요. 보스와 1대1 미팅도 하고, 피드백도 주고받고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글로벌 기업에서 어느 레벨 이상 경영진이 된다는 것은, 수많은 경쟁을 뚫고 올라왔다는 말이거든요. 이들은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안정적입니다. 해야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에 대한 구분도 명확합니다. 지난 1년간 이들에게 많이 배웠습니다. CEO로 어떻게 일해야하는가, 이것을 체계적으로 교육받는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지금 HR이나 리더 문화 이런 키워드를 배워가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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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말, 매치그룹의 신임 버나드 킴 CEO가 하이퍼커넥트 사무실을 찾았을 때의 모습/안상일 대표의 페이스북 캡쳐

◇“학부때 영어 잘 못했어요. 첫 투자때 영어 피칭, 버벅댔다. 네이버 사전에 넣어둔 단어만 9000개.”

스타트업인 아자르와 글로벌기업 틴더랑 문화가 많이 달라요?

본사도 자주 가셨겠네요.

지난달 한 행사(스생컨)에서 영어 교육을 강조한게 인상깊었습니다.

영어 관련 에피소드가 있나요.

두번째 벽인가요.

안상일 대표가 외국인 직원과 이야기하는 모습. 하이퍼커넥트의 회사 직원 400여명 중 외국인 비중이 15%를 넘는다고 한다. /하이퍼커넥트

◇“자기효능감을 좋아한다. 싱가포르처럼 멀티내셔널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의 계획은요? 진짜 창업은 안 할건가요.

한국 대표 연쇄창업가가 창업 안 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