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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미국 심리학자 대니얼 사이먼스와 크리스토퍼 차브리스는 심리학 실험을 했다. 대학생 36명에게 75초짜리 농구 영상과 함께 ‘흰색 셔츠를 입은 선수들이 몇번 패스했는지’ 미리 물었다. 영상이 끝났을때는 불쑥 ‘영상 속에 고릴라를 봤는지’ 질문했다. 다들 몰랐다. 실제론 엄청나게 큰 고릴라 복장의 캐릭터가 화면에 꽤 오랬동안 등장했는데도 말이다.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어쩌면 ‘누군가는 불편한데도, 그리고 혁신의 여지가 충분한데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페인 포인트’를 찾는 사람들일지 모른다. 예컨대 조성우 런드리고 창업가는 2017년 여름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갔다가 도둑을 맞았다. 잠시 비운 사이 차창 유리를 깨고 트렁크, 랩탑 등을 모두 쓸어갔다. 조 대표는 그 와중에 “근데 차안에 빨래가 든 쇼핑백은 왜 안 가져갔을까”라는 의문을 품었다. 샌프란시스코 도둑은 빨래를 훔쳐가지 않는다는 보이지 않는 고릴라를 발견했고, 2018년 1월 의식주컴퍼니를 창업했다.

뉴스레터 [스타트업] 제작팀 쫌아는기자들은 [스타트업 어디까지 가봤니]라는 퀴즈 이벤트를 진행했다. 17일~20일까지 무려 1892명이 퀴즈에 참여했고 921명이 10문제를 모두 풀었다. 중도 포기가 유독 많았는데, 난이도가 꽤 높았던 셈이다. 참가자들은 마지막 문제에서 당황했다고 했다. 문제와 참가자의 결과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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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어려워보이는 문제다. 정답은 100만원이고, 26%(242명)이 답을 맞췄다. 정답 풀이는 이렇다. 흰색 셔츠 입는 선수들의 패스만 보다보니 정작 고릴라가 뭔지 헷갈리는게 함정이다. 보석가게 사장은 본인 보유의 70만원짜리 보석과 현금 30만원을 손님에게 주는 손해를 봤다. 그런데 보석가게 주인이 잔돈이 없어서 옆집에서 수표를 바꿨다가, 부도수표가 밝혀진다음 다시 환불해준 과정은 손해 여부와 무관하다.

한국 부자 순위 4위에 대한 문제에선 ‘창업가의 가치’를 새기고 싶었다. 현재 대한민국 부자 순위(포브스, 17일 기준)는 서정진-김범수-이재용-권혁빈-김정주다. 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을 제외하면 모두 창업가다. 한때 2~3세들만 즐비하던 한국 경제계를 한탄하며, 미국의 창업 문화를 부러워했던게 고작 10여년 전이다. 지금은 부자 순위 상위권을 벤처 창업가들이 휩쓸다시피한다. 과거 전경련이 한국 경제계를 대변했을땐 삼성-현대-SK-LG와 같은 70년대, 80년대의 고도성장의 훈장이자 화석같은 기업들이 즐비했다. 대한상의가 전경련의 역할을 대신하는 지금, 서울상의 부회장단에는 김범수 김택진 이한주 장병규 등 창업가의 면면이 등장한다. 앞으로 10년후 한국 경제계의 주인공엔 지금 시리즈A, B를 받고 악전고투 중인 스타트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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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스타트업] 제작팀은 6개월간 27명의 창업가를 인터뷰했다. 다른 개성의 창업가들은 온갖 페인포인트를 들고 상이한 해법 속에서 밤을 새고 있었다. 그들 모두에게 공통된 무언가는 없을까. 관통하는 해답은 뜻밖에 토지의 작가 고(故) 박경리 선생의 글이었다. 10번 정도 소리내 읽으니, 22년차 기자도 불쑥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조는 낯설어하는 개인의 영혼으로부터 출발한다. 골짜기의 물이 은밀하게 흘러서 바다에 이르듯 창조적 영혼의 깊이와 넓이가 깊을수록 넓을수록 수많은 삶으로 확대되어 친화(親和)의 세계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욕망은 취하는 것이다. 파멸을 예비하고 있으니 성취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욕망무한이라 하든가. - 박경리 작가(책 이건희에세이, p.129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