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명품 해외 직구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구하다’의 임홍섭 COO와, 윤재섭 CEO, 이근희 CTO(왼쪽 부터)가 자신들이 수입·판매한 제품들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롯데의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과 GS홈쇼핑 등 최근 ‘명품 해외 직구 서비스'를 시작한 유통업체들이 늘고 있다.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대신, 해외에서 저렴한 현지 가격으로 명품을 구매해 국내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재고 관리를 위해선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정확히 파악해서, 즉시에 주문하는 노하우가 중요하다.

롯데와 GS가 ‘명품 해외 직구'를 도입하면서 손을 내민 회사가 있다. 작년 7월 설립된 신생 스타트업 ‘구하다’이다. 30~40대인 윤재섭 CEO(최고경영자)와 임홍섭 COO(최고운영책임자), 이근희 CTO(최고기술책임자) 3명이 의기투합해 차렸다. 윤 대표와 임 대표는 포스코에서 함께 근무했고, 이 대표는 뉴욕에서 맺은 윤 대표와의 인연으로 합류했다. 창립 1년이 채 안됐지만, 이들이 작년 7월부터 해외 명품 직구로 올린 매출만 71억원, 주문 건수 2만5210건에 달한다. 구하다는 이탈리아 등에 있는 30여개 부띠끄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구찌·셀린느·프라다·발렌시아가 등 명품 브랜드 6만2000여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구하다의 경쟁력은 결품률(주문을 했지만 상품이 없을 확률)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가짜 상품을 걸러내는데 있다. 핵심은 블록체인이다. 임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명품 브랜드들이 라이선스(판매권)를 부여한 중간 도매업체(통칭 부띠끄)의 데이터베이스에 연결해 직접 주문을 넣고 구매를 한다”고 했다. 다른 국내 해외 직구 사이트 대부분이 해외 부띠끄의 사이트에 접속해 주문을 하는 것과 비교하면 속도면에서 훨씬 빠를 수밖에 없다. 또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부띠끄의 재고 상황을 실시간 파악하고, 주문-배송되는 과정도 이 투명하게 공개·추적할 수 있다. 윤 대표는 “인기 있는 명품은 해외 사이트에 접속해 주문하는 사이 품절되는 경우가 많아, 국내 해외 직구 사이트의 결품률은 70~80%에 이른다”며 “반면 우리는 5%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명품 해외 직구에 적용하자는 아이디어는 윤 대표가 냈다. 윤 대표는 “뉴욕에서 대학을 다닐 당시 한국 사람들에게 명품 구매 대행 주문을 받으면 아울렛에서 구매해 내다 파는걸로 학비를 충당했었다”며 “2018년 블록체인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가 이걸 ‘명품’에 적용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구하다는 최근 카카오톡 클립 코너에 입점했다. 일대일 복제가 되지 않는 희소성을 특징으로 하는 NFT토큰을 통해 명품을 모바일로 손쉽게 선물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이다. 명품 브랜드 구찌도 최근 NFT토큰을 선물하기 시장에 진출했다. 윤 대표는 “누구나 유통 과정을 볼 수 있고, 정보 값이 변하지 않는 블록체인 기술이 희소성을 특징으로 하는 명품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며 “올해 안에 취급하는 상품의 수를 20만개로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GS홈쇼핑과 포스코기술투자 등이 구하다에 45억원을 투자했다.

해외 직구의 맹점으로 꼽히는 가짜·하자 위험은 블록체인과 검수 영상 시스템으로 극복했다. 예를 들어 구찌 롸이톤 가죽 스니커즈를 주문하면 그 중에 아무거나 한가지 상품을 보내는게 아니라 특정 시리얼넘버(고유번호)까지 배정이 된다. 부띠끄가 갖고 있는, 특정한 상품이 매칭되기 때문에 배송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 중간에 가짜 상품으로 뒤바뀔 가능성을 줄인 것이다. 블룸버그, 로열뱅크오브캐나다, 노무라증권 등에서 IT 리스크 관리팀으로 근무했던 이 대표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 3년간 기술 개발에만 매달렸다”며 “재고 관리 시스템이나 운영 체제, 웹사이트 구동 방식이 모두 다른 부띠끄들의 정보를 통합해 우리의 시스템과 연동하도록 구축한 것이 우리의 기술력”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판매 가격도 유럽 도매 가격에 관세·운임·마진을 붙인 수준이라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는 가격보다 20~30%까지 저렴하다”며 “물건이 한국에 도착하는데 나흘, 고객 집에 배송되는데 이틀 정도가 걸리니 일주일이면 상품을 받아볼 수 있고, 제품 하자 위험도 줄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