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앙글레르

우주 탄생 초기 다른 입자들에 질량을 갖게 해주는 ‘가상(假想)의 입자’가 존재할 것이라고 주장한 학자는 피터 힉스만이 아니다. 공교롭게 힉스가 논문을 발표한 1964년에 비슷한 내용을 담은 논문 두 편이 함께 나왔다. 이 논문 3편은 서로 독립적으로 연구·작성됐다.

그중 한 편은 벨기에 물리학자 프랑수아 앙글레르와 미국 물리학자 로베르 브라우트가 공동으로 작성했다. 앙글레르는 2013년 힉스와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하지만 브라우트는 힉스 입자가 발견되기 1년 전인 2011년 타계해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노벨상은 ‘고인에게 수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힉스 입자’의 존재를 주장한 논문을 힉스보다 한 달 늦게 공동 발표한 영국의 톰 키블, 미국의 칼 하겐과 제럴드 구랄닉은 아무도 노벨상을 받지 못해 학계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노벨상은 3명을 초과하는 공동 수상자를 내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원칙이 있다. 힉스와 앙글레르를 수상자로 선정한 만큼, 톰 키블 등 논문 공동 저자 3명 중 한 명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노벨상위원회가 이들 중 누구를 선택할지 결정하지 못해, 결국 3명 모두를 수상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구랄닉은 2014년, 키블은 2016년 타계했고, 칼 하겐(87)은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