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힉스 교수가 2008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강입자 가속기 앞에 서 있다. 이 가속기는 힉스 교수가 제시한 ‘힉스 입자’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입자는 그로부터 4년 후 확인됐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힉스 입자가 우주 만물을 탄생시킨 ‘신(神)의 입자’로 주목받은 이유는 우주 생성을 설명하는 ‘표준 모형(Standard Model)’이 밝히지 못한 부분을 해결한 마지막 퍼즐 조각이었기 때문이다. 표준 모형은 ‘세상은 무엇으로 이뤄졌고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에 대한 물리학의 대답을 담은 이론으로, 만물은 물질을 구성하는 12개 기본 입자와 4개 매개 입자의 상호작용에 의해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표준 모형의 기본 입자는 질량이 없는데, 기본 입자들로 구성된 물질에는 질량이 존재한다’는 모순을 풀어야 했다. 피터 힉스는 이에 대해 가상의 입자가 다른 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하는 특별한 역할을 한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이론은 완벽했지만, 현실에서 증명할 수가 없었다. 세계 과학자들이 수많은 실험을 시도하며 ‘힉스 입자’ 사냥에 뛰어들었지만, 40년이 지나도록 성공한 사례가 없었다. 이 때문에 ‘사라진 입자’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결국 세계 최대 입자 물리학 연구소인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힉스 입자를 찾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입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 충돌시키는 ‘대형 강입자 가속기’를 1994년부터 2008년까지 14년에 걸쳐 건설했다. 지하 100m에 둘레 27㎞에 달하는 입자 가속기를 설치해 137억년 전 우주를 탄생시킨 빅뱅 직후를 재현하고, 힉스 입자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투입한 비용이 100억달러(약 13조원)에 달한다. 한국 연구진 100여 명이 실험에 참여한 것을 비롯해 세계 과학자 6000여 명이 이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끊임없이 도전해 결국 4년 만인 2012년 7월 CERN은 “힉스 입자를 99.999994% 확률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후 추가 실험과 데이터 분석 등 검증을 거쳐 2013년 3월 힉스 입자 발견 소식을 세계에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베일에 싸여 있던 신의 입자가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