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지견과 안내견 등으로 활약하는 골든 리트리버. /로이터 뉴스1

개가 사람의 스트레스 냄새까지 맡을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환자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호흡으로 배출하는 냄새를 거의 정확히 구분한 것이다.

캐나다 댈하우지대학 연구팀은 28일(현지시각) 개를 훈련한 결과 사람이 평온한 상황과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내쉰 숨을 구분할 수 있었다며 “개는 후각을 이용해 PTSD 환자를 구별해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가 호흡의 스트레스 표지자를 감지할 수 있다면 발작 등 위험 상황을 초기에 발견해 경고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을 위해 PTSD를 진단받은 14명을 포함해 트라우마를 경험한 26명의 날숨 냄새를 수집했다. 참가자들은 마스크를 쓴 채 평온한 상태에서 숨을 쉬었고, 반대로 자신의 트라우마 경험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연구팀은 이들의 마스크를 이용해 개 25마리를 훈련시켰고, 그중 ‘아이비’와 ‘캘리’라는 이름의 두 마리가 최고 숙련도에 도달했다.

아이비와 캘리는 마스크 조각 일부에서 나는 냄새만으로도 해당 참가자가 평온한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구분해 냈다. 정확도는 무려 90%에 가까웠다. 또 한쪽 경우의 마스크만 제시하는 실험에서도 아이비가 74%, 캘리가 81%의 확률로 스트레스 상황의 날숨을 찾아냈다.

게다가 아이비와 캘리에게서는 감지 능력이 특화된 감정이 각각 다르게 나타났다. 두 마리의 실험 결과를 참가자들의 설문과 비교해 본 결과, 아이비는 불안과 연관된 냄새를 유독 잘 감지했다. 캘리의 경우 수치심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개는 사람보다 약 10만 배 뛰어난 후각 능력을 지녔다. 반려견의 코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는 이야기도 자주 전해지는데, 최근 한 영국 여성이 자신의 엉덩이 냄새를 맡는 반려견을 이상하게 여겨 병원에 갔다가 항문암을 진단받은 사연이 있었다. 작년에도 반려견이 반복적으로 가슴을 누르고 냄새를 맡아 유방암을 발견한 사례가 두 번이나 뉴스를 탄 적 있다.

이처럼 개의 후각을 이용해 암이나 말라리아 등 각종 질병을 진단하거나 긴급 의료 상황의 조기 신호를 감지하는 연구는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로라 키로자 박사는 “향후 검증 연구가 더 필요하다. 더 많은 참가자와 더 많은 표본을 수집해야 한다”며 “개들이 날숨 속의 PTSD 증상 관련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을 안정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