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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이 소유한 뇌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첫 임상 대상자의 뇌에 칩을 성공적으로 이식했다고 밝혔다. 3주가 지난 20일 머스크는 X(옛 트위터)에 “임상 참여자는 완전히 회복됐고, 이제 생각만으로 마우스 버튼을 옮기는 데 성공했다”면서 “현재 임상 참여자가 가능한 한 많은 마우스 버튼을 클릭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머스크의 계획이 순항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각만으로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컴퓨터를 조작하는 것이 뉴럴링크의 1차 목표지만 머스크의 꿈은 훨씬 원대하다. 기억을 사이버 공간에 저장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뇌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지능(수퍼 인텔리전스)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뉴럴링크의 칩 이름 ‘텔레파시(Telepathy)’처럼 초능력 같은 일이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뇌에 칩을 심어 사람 생각을 읽는다는 일은 어떤 것인지, 기억을 저장할 수 있다면 그 용량은 얼마일지, 다른 사람이 생각을 훔쳐갈 위험은 없는지 등을 국내 뇌과학·인공지능 권위자들과 문답해 짚어봤다.

그래픽=김하경

Q1. 인간의 생각을 어떻게 읽어내나?

인간의 뇌에는 신경세포(뉴런)가 약 1000억개 있다고 추정한다. 뉴런들은 서로 신경전달물질(일종의 화학물질)을 주고받으며 전기적 신호인 전자의 흐름으로 소통한다. 인간의 생각은 이렇게 수많은 뉴런 신호의 조합으로 이뤄진다. 과학자들은 뉴런 간 연결로 나타나는 전기신호 활성화를 포착하고 그것이 어떤 생각이나 감정에 해당하는지 확인해 데이터베이스로 완벽히 구축하면 사람 생각을 읽을 수 있다고 본다. 뇌에 이식한 칩은 이런 신호를 포착하는 수단이다. 조일주 고려대 의대 교수는 “인공지능(AI)이 등장해 뇌 신호 해석의 정확도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칩과 신호 해석 기술이 발달하면서 뇌 각 영역의 역할을 완벽하게 알면, 생각을 읽는 기술 발전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Q2. 뇌에 칩을 심는 이유는?

종전에는 CT(컴퓨터 단층 촬영)나 MRI(자기 공명 영상)로 뇌의 활성화 부위를 살피거나, 머리에 전극 헤드셋을 쓰고 뇌파를 포착했다. 하지만 이런 간접적 방식은 뇌의 신호를 정확히 포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비해 뇌에 칩을 심으면 뉴런 간 전기신호를 훨씬 가까이서 정확하게 잡아낼 수 있다. 뇌과학자인 장동선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교수는 “전극 헤드셋을 비롯해 이전 기술은 예컨대 학교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자 건물 외벽에 소리 감지기를 붙인 것에 비유할 수 있다”며 “왁자지껄하면 ‘쉬는시간이구나’, 조용하면 ‘수업 시간이구나’ 하고 파악하는 정도”라고 했다. 이에 비해 뇌에 칩을 직접 심는 것은 전교생 400명인 학교에서 학생 20명이 음성 감지기를 차고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훨씬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뉴럴링크의 텔레파시 칩에는 다발 64개로 이뤄진 미세 선에 전극이 총 1024개 달려 있다. 칩은 전극이 잡은 신호를 모아 외부로 전송한다. 전극 수를 늘리거나, 더 많은 칩을 이식하는 방식으로 정확도를 높이는 시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Q3. 생각을 읽는 기술로 기억까지 읽을 수 있나?

기억의 실체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영역이 미지로 남아 있다. 현재까지 한 연구에서는 최근 기억과 오래된 기억이 뇌의 다른 영역에 저장된다는 결과가 많다. 결국 뇌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파악하는 것이 기억의 실체에 다가가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뜻이다. 과학자들은 기억 역시 생각처럼 신경전달물질로 구성돼 있을 것으로 본다. 뉴럴링크와 같은 접근 방식이 발전하면 기억도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온 것처럼 생각이나 기억을 영상으로 표현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기능성 자기 공명 영상(fMRI)을 써서 뇌파를 감지해, 사람이 보고 있는 영화 장면을 대략적으로 구현한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기억의 용량은 어느 정도일까.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뇌의 기억을 외부로 무선 전송해 컴퓨터 하드디스크나 USB와 같은 장치에 저장할 수는 없다. 다만 뉴런의 전기신호를 데이터 처리로 환산해 저장 용량을 대략적으로 추산하는 방법은 있다. 뉴런 간 신호가 오가도록 하는 연결 부위를 시냅스라고 한다. 뇌의 뉴런 1000억개에 연결된 시냅스는 대략 100조개로 추정된다. 이성환 고려대 인공지능학과 특훈교수는 “시냅스 하나가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용량을 0.25바이트라고 하면, 뇌 전체의 데이터 용량을 2500테라바이트로 환산할 수 있다”고 했다. 대용량 메모리 하나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여러 조건을 단순화해 계산한 추정값일 뿐이다.

Q4. 기술의 위험은 없나?

뇌에 칩을 이식하는 기술에 대한 우려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외과적 위험이다. 뇌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뉴럴링크 임상은 뇌의 피질 1㎝ 깊이에 칩을 심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 깊이에서는 운동과 감각에 관련된 신호는 포착할 수 있지만, 기억과 감정까지 읽어내려면 5㎝ 이상 깊이에 이식해야 한다고 본다. 최지웅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뇌를 정확히 읽어내려면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까지 측정할 수 있는 장비가 개발되어야 한다”고 했다. 무선으로 뇌의 신호를 전송하는 방식에는 해킹 위험도 따른다. 중간에 데이터를 가로채는 ‘생각 훔치기’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생각을 읽어내는 ‘브레인 리딩(reading)’에 더해 무선으로 뉴런을 자극해 생각이나 감정을 주입하는 ‘브레인 라이팅(writing)’까지 가능해지면, 생각을 조종하는 것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김성필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는 “뇌 신경회로를 왜곡할 우려도 있다”고 했다.

조일주 교수는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공포를 담당하는 기억이 특정 뉴런들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그 뉴런들에 자극을 주는 방법으로 공포 기억을 심어주는 데 성공한 연구 결과도 있다”고 했다. 동물실험에선 기억을 가공하거나 주입할 가능성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Q5. 머스크의 초지능 구상은 언제 실현될까?

아직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먼 이야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인간 뇌의 신호를 완벽하게 해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최지웅 교수는 “공학적으로도 획기적 도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모든 뉴런 신호를 일일이 파악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인간의 뇌는 ‘소우주(小宇宙)’와 다름없다고 할 정도로 밝혀내야 할 것이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임창환 한양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는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를 자극해 알츠하이머 환자의 기억력을 강화하는 정도의 기술은 2030년 이전에 실현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