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달 탐사선 슬림(SLIM)이 지난 25일 달 궤도에 안정적으로 진입했다. 슬림은 오는 1월 20일 달 착륙을 시도할 계획이다. 우주 과학 전문 매체 스페이스닷컴은 “일본 우주선이 국가의 첫 번째 달 착륙에 성공하기 위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며 “성공 시 구소련, 미국, 중국, 인도에 이어 다섯 번째로 달에 착륙하는 역사를 쓰게 될 것”이라고 했다.

2024년 새해는 전례 없는 달 탐사 경쟁의 해가 될 전망이다. 일본뿐 아니라 미국 민간 기업들과 러시아, 중국 등이 잇따라 달에 탐사선을 보낸다. 달에 기지를 건설하고 희귀 광물을 채취하려는 거대한 계획을 현실화하기 위한 기반 기술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그래픽=양인성

◇日, 첫 달 착륙 도전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SLIM이 25일 오후 4시 51분쯤 고도 600~400km의 타원형 달 궤도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높이 2.4m, 무게 200kg인 슬림은 지난 9월 일본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 우주 센터에서 H2A 로켓 47호기에 실려 발사됐다. 이후 가장 연료 소모가 적은 궤도를 따라 천천히 비행하며 달에 가까이 다가갔다. H2A로켓은 JAXA와 미쓰비시중공업이 공동 개발했다. 2001년 시작된 H2A 로켓 프로젝트는 발사 성공률이 약 98%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본은 2024년 50기까지 쏘아 올린 후 신형 발사체로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슬림은 내달 20일 0시쯤 달로 강하를 시작해 약 20분 뒤 달에 착륙한다. 착륙 후에는 특수 카메라로 달 표면 암석에 포함된 광물의 종류 등을 측정하는 임무 등을 수행한다. 일본은 그간 JAXA와 민간 기업이 달 착륙을 시도해 왔지만 모두 실패했다. 지난 4월에도 일본 벤처 우주 기업 아이스페이스(ispace)의 착륙선이 달 표면으로 강하하던 중 추락했다.

◇美선 민간 최초 달 착륙 경쟁

미국에서는 민간 우주 기업 2곳이 세계 최초의 달 착륙 성공 민간 기업이 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지난 24일 워싱턴포스트는(WP)는 우주 기업 애스트로보틱(Astrobotic)과 인튜이티브 머신스(Intuitive Machines)가 각각 오는 1월과 2월 달 탐사선을 발사한다고 보도했다. 이 기업들의 우주선 발사는 미 우주항공국(NASA)이 2025년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유인 달 착륙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애스트로보틱의 우주선 ‘페레그린’은 내달 8일 록히드 마틴과 보잉의 합작사인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가 개발한 차세대 로켓 ‘벌컨’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달 착륙 목표일은 2월 23일이다. 인튜이티브 머신의 ‘노바-C’는 2월 중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탑재돼 발사된다. 발사 일자는 늦지만 인튜이티브 측은 발사 후 7일 만에 달에 착륙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어떤 기업이 ‘민간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쥘지는 미지수다.

NASA는 내년 11월 유인 우주왕복선 ‘아르테미스 2호’ 발사도 계획하고 있다. 아르테미스 2호는 우주비행사 4명을 태우고 달 궤도까지 갔다 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의 도전도 이어진다. 러시아는 올해 ‘루나 25′를 발사해 달 남극 착륙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내년에는 달 궤도선인 루나 26을 먼저 발사하고, 루나 27로 다시 한번 달 착륙에 도전할 계획이다. 2019년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창어 4호’를 착륙시킨 중국은 내년 세계 최초로 달 뒷면 샘플 채취를 위한 무인 탐사선을 발사한다. 지금까지 달 표면 샘플 채취는 10차례 이뤄졌으나 모두 앞면에서 진행됐다. 올해 달 남극 착륙에 성공한 인도는 5~7년 내에 탐사 장비 총 4개를 달로 보낼 ‘찬드라얀 4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한편 우리 정부는 지난달 말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을 주관할 체계 종합 기업 입찰 절차에 착수했다. 누리호 대비 3배 이상 성능을 내는 발사체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2032년 달 착륙을 목표로 총 2조132억원을 들인다는 계획이다. 발사체와 착륙선 모두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