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채굴이 이곳에 사는 헬멧해파리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연구팀 제공

희귀 광물을 얻기 위한 심해 채굴이 이곳에 서식하는 해파리 등 생태계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채굴로 인한 생태계 피해가 실험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 연구팀은 심해 채굴이 바다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며 21일(현지 시각)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밝혔다. 연구팀은 “해양 표층에 사는 동물들에 비해 심해 동물들은 끊임없이 먹이가 부족한 환경에서 진화해왔기 때문에 환경 변화에 더 취약하다”고 했다.

심해에는 코발트와 망간 같은 희귀자원이 대량으로 존재한다. 심해 광물 채굴은 심해 바닥에 있는 망간단괴 등을 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때 바닥에 가라앉아있던 미세한 퇴적물들이 떠오르면서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심해 채굴을 추진하는 국가들은 심해 자원이 전기차 배터리 등을 제조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아직 심해 채굴로 인한 생태계 영향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연구팀은 심해 생물들이 모이는 노르웨이의 여러 피오르드에서 심해 헬멧해파리를 수집해 분석했다. 64마리의 해파리를 심해 채굴시 발생할 수 있는 5가지 농도의 침전물에 노출시킨 뒤 해파리의 반응을 살펴봤다. 침전물 농도는 0에서 리터당 333mg까지 다양했다.

헬멧해파리는 리터당 17mg 이상의 침전물에서 급성 스트레스 징후를 보였다. 퇴적물 입자가 해파리에 달라붙자 해파리가 과도한 양의 점액을 분비한 것이다. 24시간 동안 가장 높은 농도의 침전물에 노출되자 해파리는 몸의 30% 이상을 점액으로 덮었다. 점액을 생산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퇴적물에 오랜 시간 노출될수록 해파리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침전물 농도가 가장 높을 때 해파리의 호흡 속도가 두 배로 증가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또한 과다하게 점액을 생성한 해파리는 에너지 대사, 상처 복구, 면역 체계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과다하게 발현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심해에는 먹이가 늘 부족하기 때문에 환경 변화로 인해 에너지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먹이를 찾을 힘이 없어질 수 있다”면서 “심해 채굴은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영양 순환과 같은 생태계 주요 기능을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