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탄생한 이래 가장 큰 사건 중 하나로 약 2억5200만 년 전의 페름기 대멸종이 있었는데, 당시 해양 생물 96%와 육상 척추동물 70%가 멸종했다. 대멸종의 원인은 바로 ‘이산화탄소’였다. 대규모 화산 활동으로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대량 방출되면서 지구 평균온도가 6도 가까이 상승했고, 해양에 녹아 들어간 이산화탄소로 바다가 산성화돼 많은 생물종을 사라지게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류세 멸종’으로 불리는 6차 대멸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류세(인간세, Anthropocene)’는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파울 크뤼천이 2000년대 초 처음 제안한 개념으로, 오늘날 인류 문명의 발전으로 지구 환경의 극적인 변화를 나타내는 지질시대의 구분을 뜻한다. 최근 이산화탄소 배출과 인류세 멸종을 연관 짓는 연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 인간이 자연을 압도하고 기후 환경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파리협정으로 촉발된 탄소중립, 탄소저감 관련 정책들을 살펴보면 결국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가 문제 해결의 관건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인류의 동력을 당장 친환경 에너지로 100%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석탄, 석유를 사용하되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재활용하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다.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CCU) 기술은 대기 중 또는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후, 메탄올과 같은 유용한 자원으로 전환해 산업 원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기술이다. 한국은 2030년을 목표로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제철소, 화력발전소 등에 이산화탄소 포집 장치를 설치해 탄소를 분리하고 모아두는 설비를 이미 갖추고 있다. 하지만 현재 CCU 기술 수준에서 단시간 내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적정 수준으로 저하시키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루에 포집할 수 있는 최대 탄소량은 200톤 정도에 불과해 선진국 수준인 5000톤 이상으로 포집량을 늘리려면 대규모 실증 시설 확대가 필수적이다.

이웅 KIST 청정에너지연구센터 책임연구원

CCU 기술은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다. 미국과 스위스에서 개발해 시범운영 중인 직접탄소포집(DAC) 기술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해 유용한 화합물을 생산한다.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면 모든 가정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필요한 만큼의 유용한 화합물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잊지 말고 기술 개발과 투자가 진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