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개발(R&D) 비효율의 중심에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있다. 정부 R&D 예산의 6분의 1 이상이 투입되는 출연연이 제대로 된 연구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서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예산을 포함해 전반적인 출연연 개혁 방안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 따르면, 25개 출연연의 올해 예산은 5조8655억원에 이른다. 출연연 예산은 지난 2019년 4조6741억원에서 꾸준히 증가해왔다.

과거 출연연은 국내 최초 컬러TV 수상기와 대입예비고사 자동 채점, 예산업무 전산화 기술 등을 개발하며 국가 산업화 기수를 자처할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하지만 지금은 단발성 연구에 그치면서 대학, 기업 연구소와의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매년 예산을 딸 수 있는 쉬운 과제에만 집중하다 보니 제대로 된 연구 결과가 나올 수 없는 구조”라며 “대부분의 출연연이 파벌 싸움으로 원장 선임 시기마다 투서와 고발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매년 200여 명의 연구자들이 출연연의 미래가 없다며 대학이나 기업으로 이직하고 있다. 출연연의 한 연구자는 “정해진 비용을 N분의 1로 나누다 보니 공정한 평가가 불가능해 젊은 연구자들이 출연연을 대기업으로 가는 발판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면서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눈치를 주는 문화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지난 정부에서 도입했던 블라인드 채용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출연연 경쟁력과 내부 사기를 갉아먹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젊은 연구원들의 이직이 가장 큰 문제인데 원장들과 원로들은 ‘정년 연장’만 외치는 상황일 정도로 총체적 난국”이라며 “출연연부터 대수술을 해야 정부 R&D 예산 비효율이 바로잡힐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