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찰단이 이달 23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현장을 찾아 오염수 정화 시설과 운영 능력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시찰단 파견에 대한 후속 조치다. 한국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을 중심으로 한 민관 원자력 전문가들로 시찰단을 꾸리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 과정에서 놓친 부분이 있는지 철저히 검증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도쿄전력 관계자들이 지난 2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외신 기자들에게 오염수 저장탱크를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정화시설·운영능력 집중 점검

10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한국 시찰단은 이번 방문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정화 시설(ALPS)과 이를 운영하는 능력을 중점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내에는 ALPS 처리수가 전체 저장 용량의 97%에 이르는 133만톤(t)까지 차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염수 자체에 대한 검증은 IAEA가 진행하고 있지만 일본의 오염수 정화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운영 역량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에 대해서는 점검과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염수를 ALPS로 처리한 후 어떤 절차에 따라 어떻게 내보내고 조절할지, 이 절차가 과학적으로 타당한지 등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단순히 일본 측의 설명을 듣고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새로 오염수 처리수 시료를 채취해 분석하는 검증은 진행하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IAEA에서 여러 경로로 검증하고 있는 오염수를 중복으로 또다시 검증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했다. 한국은 IAEA의 확증 모니터링(교차검증) 계획에 따라 KINS에서 일본 ALPS 처리수를 가져와 분석 중이며, 프랑스·스위스·미국 실험실에서도 분석하고 있다. 원자력계에서는 새로운 시료 분석은 기존 IAEA 분석과 차이가 없을 뿐 아니라 물리적인 시간도 많이 걸려 비효율적이라고 보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일본의 오염수 처리가 안전하다고 보고 있다. 일본은 세슘 같은 주요 방사능 물질을 ALPS로 처리하고 저준위 방사능 물질인 삼중수소는 희석해서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원자력연구원과 해양과학기술원의 시뮬레이션에서도 4~5년 후 삼중수소가 일부 유입되기 시작하지만 그 농도가 국내 평균 해역 농도의 10만분의 1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시뮬레이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다만 이 평가는 일본의 계획이 제대로 진행됐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방류 과정에서 오류가 생길 경우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까지 이번 시찰에서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KINS 중심 전문가들 구성

정부는 현재 시찰에 참여할 전문가단을 선정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지에서 후쿠시마 원전 전문가들과 전문적인 질의·응답이 가능하고 타당성을 판단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선정 과정의 논란이나 시찰 이후 시찰단 개개인에 쏟아지는 부담을 고려해 민간보다는 KINS 등 정부 전문가들의 비중이 높을 것으로 알려졌다.

시찰 기간은 애초 알려진 1박2일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외교부는 시찰단을 23~24일 파견한다고 밝혔지만 정부 관계자는 “현지에서 검증할 사안에 따라 기간은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주한일본대사관 관계자는 “시찰의 구체적인 내용은 오는 12일 개최되는 양국 국장급 의사소통 등을 통해 조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