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들은 한 분야를 수십 년간 연구해 노년에 성과를 거둔 경우가 많다. 한국연구재단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과학 분야 노벨상(생리의학상·물리학상·화학상)을 수상한 79명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노벨상 연구 업적을 쌓는 데까지 평균 19.1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노벨화학상 수상자 존 구디너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쥘 호프만,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배리 배리시, 노벨화학상 수상자 요시노 아키라.

2017년 81세의 나이로 물리학상을 받은 배리 배리시(87)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교수는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주장한 중력파(重力波)의 존재를 확인하는 공로를 세웠다. 그는 61세 때인 1997년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 건설로 연구를 본격화했고 2002년부터 관측소를 가동해 80세 때인 2016년에 중력파 관측에 성공했다.

2019년 화학상 수상자인 요시노 아키라(75) 일본 메이조대 교수는 스마트폰과 전기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하는 데 기여했다. 1972년 일본 화학 회사인 아사히카세이에 입사해 연구·개발을 했고, 1985년 현재 쓰이는 것과 비슷한 구조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했다. 그는 이후에도 연구·개발을 계속했고 2005년에 뒤늦게 박사 학위를 딴 뒤 67세 때인 2015년까지 회사 일선에서 일했다. 노벨상은 2017년 대학 교수가 돼 연구 활동을 이어가던 중에 받았다.

97세에 요시노 교수와 함께 화학상을 받은 존 구디너프(101) 교수가 리튬이온 배터리 관련 업적을 내놓기 시작한 것은 57세 때인 1979년이었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였던 그는 65세 정년퇴직이 다가오자 종신 교수직을 보장한 미국 텍사스대로 옮겨가 연구 활동을 계속했다. 현재까지도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그는 옥스퍼드대의 정년 제도에 대해 “(일정한 나이가 됐다고) 사람을 퇴직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