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과 제리’ ‘미키마우스’ ‘라따뚜이’와 같은 유명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생쥐(mouse)는 인간에게 친숙한 동물이다. 생쥐는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과학·의료기술 연구 현장에서도 만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인간을 대신해 생쥐를 연구개발 과정에서 활용하는 실험동물로 활용하고 있다. 실험동물은 실험의 목적에 맞게 동물의 생리학적·유전적 특성, 먹이, 새끼 수, 사육 환경 등을 맞춰 번식·사육·생산된 동물을 말한다. 이러한 실험동물로는 생쥐나 쥐 외에 기니피그, 햄스터, 토끼, 개, 고양이, 돼지, 원숭이를 사용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류, 조류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의 실험동물 사용량은 488만 마리로, 전년 대비 17.8% 증가하며 매년 사용량이 늘고 있다. 이 중 생쥐 사용량은 전체의 64.8%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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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인간 주변에서 함께 살아온 집생쥐(Mus musculus domesticus)는 신생대 초기에 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석기록이 있다. 기원전 1만 년쯤 인류가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 쥐와 인간의 동거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인류와 오랜 시간 함께한 생쥐가 생명현상 연구에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1909년 윌리엄 캐슬과 클래런스 쿡 리틀이 최초의 순종 생쥐를 개발하면서부터다. 이후 1921년 클래런스 쿡 리틀은 ‘C57BL(Black)’이라는 순종 생쥐를 만들었는데, 2002년 생쥐의 첫 번째 게놈 분석도 이 생쥐를 이용했을 만큼 현재까지 연구 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생쥐를 실험동물로 많이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간 유전자와의 유사성 때문이다. 생쥐는 인간처럼 약 3만 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이 중 약 80%가 인간의 유전자와 상동성을, 19%는 높은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유사성이 없는 유전자는 1% 미만에 불과하다. 1987년에 마틴 에번스와 올리버 스미시스, 마리오 카페키는 특정 목표 유전자의 기능을 없애는 ‘녹아웃 생쥐’를 제작했다.

녹아웃 생쥐는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제거했기 때문에 해당 유전자의 기능을 이해하는 데 활용될 뿐만 아니라 질병과의 연관 관계도 연구할 수 있다. 세 사람은 이 기술로 2007년 노벨상을 공동 수상했다.

실험동물로서 생쥐의 두 번째 장점은 임신 기간이 3주 내외로 짧고, 한 번에 5~15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이뿐만 아니라 한 세대가 2~3년으로 매우 짧아 노화 연구나 의약품 효능 검증과 같은 연구에 적합하다.

최근 동물 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물실험의 윤리적인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실험동물은 인류의 건강과 생명,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지만, 무제한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면서 우리나라도 학교와 국·공립연구기관, 의료기관, 기업 연구소에서 동물실험 전에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하는 규제장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연구자들의 윤리의식 고취를 위해서는 3R(reduction, refinement, replacement) 운동을 통해 동물실험에 사용되는 개체 수를 줄이고, 고통을 최소화하거나 가능한 경우 다른 실험으로의 대체를 권장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동물실험 자료 없이 의약품 허가가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했다. 최근에는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세포 배양 기반의 분석법, 오가노이드와 같은 3D 바이오 프린팅, 조직 칩, 미세생리 시스템, 컴퓨터 모델링 등 다양한 대안이 등장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2013년부터 동물실험을 거친 화장품의 수입, 유통, 판매를 금지했다.

우지완 KIST 연구동물자원센터 선임전문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동물자원센터는 매년 4월 24일 세계 실험동물의 날에 실험동물 위령제를 개최해 인간을 대신해 고통을 겪고, 소리 없이 죽어가는 실험동물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 동물실험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는 그날까지는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들의 희생을 매번 가슴 속에 새기면서 함께 있는 동안 마음을 다해 보살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