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음성 인식 기술, GPS(위성항법시스템) 같은 첨단 기술을 개발해 혁신 연구의 산실로 불리는 미국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의 연구·개발(R&D) 지원 방식이 우리나라에 도입된다. 고위험-고성과(high risk-high return) 연구를 지원해 사회·경제 패러다임을 바꿀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1957년 소련의 스푸트니크 위성 발사에 자극받아 설립된 미국 DARPA에는 현재 약 250개의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100여 명의 PM이 있다.

1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 연구·개발 사업을 지원·관리하는 한국연구재단에 별도의 센터를 설립해 한국판 DARPA인 ‘한계도전 R&D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한계도전 R&D 프로젝트는 도전적인 연구 과제를 이끌 ‘책임 PM(Program Manager)’에게 강력한 재량권과 독립성을 부여하고, 프로젝트가 실패하더라도 그 사례를 지속적으로 보관·관리해 다음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올해 시범 사업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6년간 총 96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책임PM은 도전적 문제 발굴부터 과제 관리, 평가 등 연구·개발 전반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정부는 해당 분야 최고의 연구자를 책임PM으로 선정하기 위해 파격적 연봉 지원을 검토 중이다. 자문기구 격인 ‘한계도전 R&D 위원회’는 책임PM과 함께 국가 현안이나 경제·산업 분야에서 기술적 난제 해결을 위한 도전적 문제를 정의한다. 발굴한 문제에 대해 책임PM이 연구 테마를 결정하고 연구자를 선정하고 협의해 해당 과제의 주요 단계별 목표와 방향을 수정·결정한다. 예컨대 북한의 무인항공기 침범에 대비해 초소형 비행 물체 실시간 식별 기술 개발을 기획하는 식이다.

연구재단 내에 ‘한계도전 전략센터’를 설치하고 ‘한계도전 기술은행’을 통해 실패한 연구 사례들을 보관·관리해 앞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DARPA도 PM 10명 가운데 7~8명은 실패한다”며 “우리도 처음이라 쉽지 않겠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달 초 한계도전R&D 위원회를 구성해 책임PM 공고와 선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처음에는 5명의 책임PM으로 시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