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국내기술로 제작된 한국형 최초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누리호는 두번째 도전 끝에 발사에 성공했으며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로 1500kg급 실용 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에 수송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한 국가가 됐다. /뉴스1

누리호 2차 발사가 성공한 뒤인 지난 21일 저녁. 전남 고흥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 안 기숙사에서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과 부장들이 둘러앉아 소주잔을 기울였다. 오랫동안 고생한 누리호 개발 주역들을 격려하기 위해 고 본부장이 마련한 조촐한 뒤풀이 자리였다. 평소 말을 아끼며 조용한 리더십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고 본부장은 “고생했다” “잘했다”고 부장들을 격려했다고 한다. 한영민 발사체엔진개발부장은 “고정환 본부장이 그렇게 크게 웃는 모습은 연구원에 들어온 이후 처음 봤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도 “지난주 2차 발사가 연기됐을 때 주변에서 건강을 챙기라고 할 정도로 얼굴이 어두웠던 고 본부장이 환한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누리호 개발이 시작된 2010년 3월 이후 처음으로 모두들 마음 편하게 한잔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15분 46초, 누리호의 비행은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성공 뒤에는 12년 3개월간 인고했던 연구원들이 있었다. 항우연 250명 연구원들은 발사체 설계부터 엔진과 부품 개발, 총 조립까지 자력으로 해냈다. 37만 개 부품 중 단 하나만 잘못돼도 성공할 수 없는 임무였다. 한 명 한 명이 모두 성공의 주역이었다.

한영민 발사체엔진개발부장은 발사체의 심장인 엔진 개발을 맡았다. 그가 개발한 75t급 엔진은 1단에는 4기가 묶여서, 2단에는 1기가 들어간다. 한 부장은 “밀리 초(ms·1000분의 1초) 단위로 연료와 산화제가 정확하게 공급돼 엔진이 폭발하지 않고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건 기술적으로 난제였다”며 “연소 시험 184회, 시간으로 치면 1만8290초의 시간을 들인 끝에 엔진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장영순 발사체체계개발부장은 조립을 담당했다. 그는 “37만 개 부품을 하나의 발사체로 만드는 것은 매 순간이 고비였다”고 했다. 장 부장은 “나로호 때는 러시아라는 파트너라도 있어 문제가 생기면 물어볼 수나 있었지만 이번에는 오직 우리끼리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풀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결국엔 더 많이 살펴보고 더 많이 연구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수년간 고흥의 나로우주센터와 대전의 항우연을 오가면서 장 부장의 자동차 운행 거리는 15만㎞를 넘었다.

해외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우주 개발 산업 특성상 연구진들은 무작정 부딪쳐야 했다. 조상범 비행성능팀 박사는 발사체의 큰 밑그림을 그리는 연구를 맡았다. 엔진 성능과 산화제 용량, 발사체 궤적을 미리 그려보는 작업이었다. 조 박사는 “전 세계에 공개된 모든 자료를 있는 대로 샅샅이 뒤져 긁어모았다”고 말했다. 다른 분야의 연구진들도 해외 발사체와 관련된 수백 개 문헌을 뒤져 가면서 누리호를 만들어 나갔다.

성공 전까지 연구진들이 느낀 부담감은 ‘막중하다’는 한마디로는 표현하기 힘들었다. 마근수 전자팀장은 “극한의 환경에서 전자 부품들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임무였다”며 “매일 악몽을 꿨고 늘 병원에 갈까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조상범 박사는 “나로우주센터 앞 경치가 아름답다는 것을 누리호 발사 성공 후에야 느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