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실제 기능이 없는 모사체(더미) 위성만 실렸던 1차 발사와 달리 이번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 /2022.06.21 사진공동취재단

국산 우주 발사체 누리호가 두 번의 도전 끝에 21일 발사에 성공했다. 누리호는 설계부터 제작, 시험, 인증과 발사까지 전 과정을 국내 독자 기술로 만든 우주 발사체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한국은 세계에서 일곱째로 위성을 자력으로 수송할 수 있는 국가가 됐다. 한국도 민간 주도의 새로운 우주 경쟁인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이번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국가 우주력을 확보했다”며 “기술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의 우주 외교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누리호는 전날인 20일 발사대에 세워져 마지막 점검을 받은 뒤 21일 오후 4시 우주로 발사됐다. 발사 4분 34초 후까지 1단과 페어링(위성 보호 덮개), 2단이 차례로 분리됐다. 오후 4시 15분 직전 성능 검증 위성이 성공적으로 분리됐다. 지난 1차 발사 때는 실패한 구간이다. 이후 함께 실렸던 위성 모사체(가짜 위성)도 궤도에 진입했다. 위성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는지 여부는 22일 오전 10시쯤 확인할 수 있다.

◇1차 실패 원인 두 달간 밤새워 보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개발진은 2차 발사를 위해 지난 1차 발사의 실패를 부른 3단 산화제 탱크를 보완했다. 지난해 10월 1차 발사 당시 엔진이 46초 빨리 꺼지는 바람에 가짜 위성을 원하던 궤도에 올려놓지 못해 임무에 실패했다.

항우연 연구진은 1차 발사 후 2개월간 밤을 새우며 원인 분석에 나섰다. 비행 정보를 담은 데이터 2600건을 역추적해 실패 원인을 찾아냈다. 그 결과 3단 산화제 탱크 안에 있던 헬륨 탱크 고정부가 로켓의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풀리면서 산화제 탱크 내부에 균열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항우연은 2차 발사를 위해 3단 산화제 탱크 구조를 보강했다. 장영순 항우연 발사체체계개발부장은 “헬륨 탱크를 산화제 탱크 안에 단단히 고정하느라 무게가 9kg 늘었지만 설계 여유 이내라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부품 교체 작업은 이미 조립된 3단 산화제 탱크 일부를 열고 사람이 내부에 들어가 작업을 진행했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탱크 내부에 많은 부품이 들어가 있고 잘못 건드리면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작업이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2차 발사 직전에도 1단 산화제 탱크 레벨 센서 문제로 예정보다 발사일이 5일 미뤄졌다. 센서에 문제가 생기면 산화제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알 수 없다. 항우연은 발사대에 세운 누리호를 조립동으로 가져가 문제가 된 센서를 교체했다. 센서 자체를 교체하려면 1·2단을 분리하고 산화제 탱크 뚜껑까지 분해해야 했지만 다행히 센서에서 문제가 된 전기부만 바꿔 작업이 빨리 끝났다. 고정환 본부장은 “발사 준비를 마친 누리호에는 화약들이 장착돼 있어 1·2단 분리까지 갔으면 작업 시간이 훨씬 길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실제 기능이 없는 모사체(더미) 위성만 실렸던 1차 발사와 달리 이번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 /2022.06.21 사진공동취재단

◇세계 우주 시장에 진출할 계기

이번 발사 성공으로 한국은 독자적인 우주 수송 능력을 확보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개발한 위성을 미국과 유럽, 러시아 등 다른 나라 발사체를 빌려 쏘아 올렸다. 국산 달 궤도선 ‘다누리’는 오는 8월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으로 발사될 예정이다. 국제 정세에 따라 외국 발사체를 이용하지 못하는 일도 종종 발생했다. 뉴스페이스 시대가 도래하면서 위성 발사 횟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누리호가 내수뿐 아니라 수출 상품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우주 발사체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했다는 것이 이번 발사의 성과다. 2013년 발사한 나로호는 러시아가 개발을 주도해 반쪽짜리 성공이란 지적이었다. 누리호는 2010년부터 1조9572억원을 투입해 독자 개발한 발사체다. 1.5t급 실용 위성을 지구 저궤도 600~800㎞에 투입하는 목적이다.

특히 기술적 난도가 높은 엔진 클러스터링(묶음) 기술이 누리호에 적용됐다. 여러 개의 엔진을 묶어 하나의 엔진처럼 작동하는 방식이다. 누리호 1단은 75t급 4개를 묶어 300t급 추력을 낸다. 누리호를 지지하는 발사대도 독자적으로 구축했다.

누리호 개발과 발사에는 국내 총 300여 개 기업 약 500명 인력이 참여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협력했다. 총사업비의 약 80%인 약 1조5000억원이 산업체에서 집행됐다. 이는 장차 국내 민간 우주산업을 키울 마중물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누리호는 2027년까지 네 번 더 발사될 계획이다. 항우연은 “지속적인 발사를 통해 누리호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항우연이 민간 기업에 기술을 이전해 민간이 주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