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 폭발과 지진 같은 자연재해는 수많은 사상자를 낸다. 하지만 아직도 언제 화산이 폭발하고 지진이 발생할지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더 정확하고 빠르게 자연재해를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화산의 마그마에서 발생하는 작은 진동이나 수분량을 분석해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고 지진 분석에 인공지능(AI)이 동원되고 있다.

◇마그마 작은 진동 분석해 성분 파악

전 세계에서 화산 40~50개가 최근 폭발했거나 불안정한 상태다. 화산이 폭발할 때 분출되는 마그마는 땅속에 있기 때문에 예측 연구가 더 어렵다. 수억 명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셈이다.

미 오리건대의 레이프 칼스트롬 교수 연구진은 “화산에 고여 있는 용암 호수에서 발생하는 작은 진동 신호를 분석해 폭발 징후를 찾아낼 수 있다”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어드밴시스’에 지난 1일 밝혔다. 2007년부터 분화구에 용암이 고여 있다가 2018년 폭발한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이 연구 대상이었다.

화산 분화구 가장자리에 있던 돌덩이가 용암 호수 안으로 떨어질 때 수십 초간 작은 진동이 발생한다. 연구진은 이 작은 신호로 마그마의 정보를 알 수 있다고 추정했다. 마치 컵을 두드릴 때 그 안에 들어있는 액체의 종류나 양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연구진은 2008~2018년 하와이 화산 관측소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컴퓨터 모델에 적용했다. 그 결과 마그마의 온도가 진동 신호의 지속 시간과 마그마 속 기포의 양과 관련이 깊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화산 폭발은 분출되는 마그마의 기포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가스의 양은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미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의 댄 라스무센 박사 연구진은 마그마 속 수분량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알래스카 알류샨열도에 있는 화산 6곳에서 화산재를 수집해 마그마 조각의 화학적 성분을 분석했다. 또 문헌 속에 있는 전 세계 화산 56곳의 정보를 더해 총 62곳 시료 3856개의 수분 함량 정보를 얻었다.

라스무센 박사는 “갑자기 압력이 낮아지면 물에서 기포가 발생해 탄산음료를 흔든 것처럼 화산 분출을 유발한다”며 “마그마의 수분량이 많다는 것은 기포가 많아 더 격렬한 화산 활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연구진은 수분량이 많은 마그마일수록 더 깊은 곳에 저장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3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됐다.

◇지진파보다 빠른 중력파로 지진 감지

프랑스 코트다쥐르대의 안드레아 리치아르디 교수 연구진은 “지진 때 발생하는 중력파를 AI에 학습시켜 빠르게 지진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지난달 밝혔다. 연구진이 개발한 방법은 기존보다 8초 빨리 지진을 감지할 수 있고, 특히 큰 규모의 지진을 더 잘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지진은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암석이 진동하면서 발생하는 파동, 즉 지진파를 측정해 감지한다. 먼저 도달하는 종파 P파와 뒤이어 오는 횡파 S파를 감지한다. 지진이 일어나 갑자기 암석들의 위치와 밀도가 변하면 중력장도 변하면서 미세한 중력파가 발생한다. 중력의 변화가 퍼져 나가는 것이다. 중력파는 지진파보다 빨리 빛의 속도로 이동하지만 그 크기가 매우 작아 구별하기가 쉽지 않았다.

연구진은 일본에서 수집한 실제 지진 데이터와 함께 일본의 지진 발생 지역 1400곳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 시뮬레이션 데이터 35만건을 AI에 학습시켰다. AI가 지진 패턴을 찾으려면 많은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정보를 AI에 적용한 결과 지진을 감지하는 데 50초가 걸렸다.

연구진은 “기존보다 8초 앞당긴 것이 작게 느껴질 수 있지만 조기 경보에서는 긴 시간”이라고 밝혔다. 특히 AI는 큰 규모의 지진을 잘 구별해냈다. 강한 지진의 경우 P파의 진폭이 최대가 돼 다양한 규모의 지진을 구별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다른 방법보다 일찍 지진의 규모와 위치를 모두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