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작은 거인 큐브샛

지난 23일 미국이 소행성 충돌용 다트(DART) 위성을 실은 팰컨9 로켓을 발사했다. 영화 아마겟돈처럼 지구로 날아오는 소행성을 위성으로 막을 수 있는지 알아보려는 것이다. 내년 9월 충돌 실험 과정은 이번 발사에 동행한 이탈리아의 초소형 위성 리시아큐브가 지구로 전송할 예정이다.

리시아큐브는 구두 상자 크기의 작은 위성인 ‘큐브샛(CubeSat)’이다. 크기는 작지만 이미 환경 감시에서 우주 탐사까지 다양한 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지상에서 벌어지는 불법 벌목과 밀렵을 감시하고 우주에서는 달과 화성 탐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우주에 작은 거인이 뜬 것이다.

◇지상에서 벌어지는 불법 감시

큐브샛은 1998년 미국 스탠퍼드대의 로버트 밥 트위그스 교수가 교육용으로 발명했다. 한 변이 10㎝, 무게가 1㎏인 정육면체가 기본 단위이다. 기능에 따라 이런 큐브샛을 여러 개 붙여 쓰기도 한다. 2003년 처음 발사된 이래 올 8월까지 1600기 넘게 우주로 갔다. 2010년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지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큐브샛 발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큐브샛은 인공위성의 주 무대인 지구 관측에서 기존 위성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는 미국 위성업체인 플래닛과 함께 큐브샛으로 적도 주변 64국의 삼림 상태를 감시하고 있다. 이 회사는 큐브샛 180기로 픽셀당 3m 해상도의 사진을 촬영한다. 불법 벌목 현장이 포착되면 해당국 산림청에 통보한다.

동물도 큐브샛 혜택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와 케냐는 올 초 야생동물을 추적 감시하는 큐브샛인 와일드트랙큐브-심바를 발사했다. 케냐 국립공원의 조류와 포유류의 이동 상황을 추적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내년에는 멸종 위기 동물에 전자 태그를 달아 위치뿐 아니라 심박수까지 확인해 밀렵 여부도 알아낼 계획이다.

2018년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의 착륙 과정을 중계한 마스큐브샛원(MarCO)./NASA

◇우주 쓰레기 청소, 심우주 탐사까지

러시아가 최근 폐기 위성을 미사일로 요격하는 시험을 하면서 수많은 파편이 발생했다. 이들은 지구 주위를 돌면서 위성이나 우주정거장을 위협하는 우주 쓰레기가 된다. 현재 지구 주변에는 3만여 개의 우주 쓰레기가 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각국은 다양한 방법으로 우주 쓰레기 제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2018년 영국 서리대의 큐브샛인 리무브데브리스는 우주에서 작살과 그물로 가상의 우주 쓰레기를 포획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올해 일본 우주 기업 아스트로스케일은 엘사-d 우주선에서 큐브샛을 방출하고 자석으로 붙잡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발사된 리시아큐브처럼 우주탐사에 나선 큐브샛도 있다. 2018년 나사는 탐사선 인사이트의 화성 착륙 과정을 마스큐브원(MarCO)-A, B라는 큐브샛 두 기로 전송했다.

나사는 달 유인(有人) 탐사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의 첫 단계로 내년에 오리온 우주선을 새로 개발한 로켓인 스페이스론치시스템(SLS)에 실어 시험 발사한다. 이때 오리온과 로켓 연결 부분에 큐브샛 13기도 같이 보낸다. 큐브샛은 심우주 여행 동안 생명체에 미치는 우주방사선을 측정하고 달 남극에 물이 있는 곳도 확인할 계획이다.

나라스페이스 박재필 대표가 2021년 8월 6일 서울 영등포구 나라스페이스에서 위성 모형을 소개하고 있다. / 김연정 객원기자

◇우리나라는 2023년부터 본격 상용화

큐브샛이 각광을 받는 것은 가격 대비 성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이다. 크기가 작아 개발에서 발사까지 대형 위성의 1000분의 1 정도인 3억원이면 된다. 기능은 대형 위성 못지않다. 전자 부품의 소형화로 큐브샛에 들어간 카메라로도 충분히 지구 관측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군집을 이루면 성능이 더 강해진다. 큐브샛 수십~수백 기를 우주에 띄워 남북극 방향으로 띠를 이루면 이론상 지구 모든 곳을 하루에 한 번씩 관찰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06년 한국항공대가 처음으로 큐브샛 ‘한누리호’를 발사한 이래 지금까지 16기가 발사됐다. 대부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큐브위성 경연대회에 참가했던 대학 연구진이 개발했다. 큐브샛 기업도 서너 곳이 활동하고 있다.

국내 큐브샛의 상용화는 후년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큐브위성 대회 출신들이 창업한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의 박재필 대표는 “2023년에 1.5m 해상도 카메라를 단 상용 큐브샛 두 기를 발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보정을 하면 대형 위성급인 최대 50㎝ 해상도도 가능하다는 것. 박 대표는 “큐브샛 12기를 띄우면 8시간마다 도시 3개의 정보를 업데이트해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정밀 지도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