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세포로 만든 로봇 제노봇(붉은색)이 세포들을 뭉쳐 또 다른 로봇(녹색)을 만드는 모습. 제노봇은 비디오 게임 팩맨 캐릭터처럼 c자형일 때 자손을 더 잘 만들었다./미 버몬트대

비디오 게임 팩맨의 캐릭터가 막 입을 벌리고 쿠키를 먹고 있는 것일까.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다. 그리고 캐릭터는 개구리 세포로 만든 살아있는 로봇이다.

미국 버몬트대와 터프츠대, 하버드대 공동 연구진은 “개구리 세포로 만든 ‘제노봇(xenobot)’이 흩어져 있는 세포들을 모아 자신과 닮은 자손을 만들었다”고 지난 29일 국제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밝혔다.

사진에서 초록색 구가 바로 붉은색의 제노봇이 만든 자손이다. 살아있는 세포로 만든 로봇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자손을 만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제노봇은 지난해 1월 처음 공개됐다. 연구진은 줄기세포를 제공한 아프리카발톱개구리(Xenopus laevis)의 학명 앞부분을 따서 이름을 지었다.

자기복제하는 세포로봇 제노봇./미 버몬트대

연구진은 나중에 피부로 자랄 줄기세포들을 한데 모아 5일 만에 세포 3000개 정도의 구 형태를 만들었다. 지름 0.5㎜인 제노봇은 표면에 난 가는 털인 섬모를 움직여 나선형으로 이동했다. 제노봇들은 연못물이 담긴 배양접시에서 콩가루를 뭉치듯 작은 세포들을 모아 새로운 로봇을 만들었다,

버몬트대의 조슈아 본가드 교수는 “한 부모 제노봇이 우연히 작은 세포 덩어리를 만들면 다른 부모가 더 많은 세포를 덩어리로 모아 결국 아이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새로 만들어진 자손 제노봇은 부모보다 크기가 작았다. 평균적으로 세포 50개 정도가 적었다.

연구진은 인공지능으로 가상실험한 결과 팩맨 캐릭터처럼 알파벳 C자 모양의 제노봇이 가장 번식력이 뛰어난 것을 알아냈다. 팩맨형 제노봇은 자손을 4세대까지 만들었다. 구형 제노봇보다 두 배 뛰어난 능력이다. 본가드 교수는 “부모의 형태를 조절하면 더 많은 세포를 옮길 수 있는 뛰어난 삽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마크 미오다우닉 교수는 이날 가디언지에 “놀라운 과학 성과이며 살아있는 재료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자기복제 세포 로봇이 장차 전자회로 수리에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의료·환경 분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앞서 제노봇이 사람 몸속으로 들어가 원하는 부위에 약물을 전달하거나 동맥에서 막힌 부분을 뚫는 식이다. 또 바다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붙잡거나 방사능 폐기물을 청소할 수도 있다.

생명의 기원을 찾는 연구도 유망하다. 본가드 교수는 “다세포 생명체가 스스로 성장하지 않고 자기복제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제노봇으로 지구에서 생명체가 처음 탄생한 과정을 연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