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가 연이어 희귀의약품 분야를 공략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차세대 주자로 도약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에 따르면, 글로벌 희귀의약품 시장은 연평균 12.7% 성장해 2025년까지 184억달러(약 21조8200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GC녹십자 연구소에서 한 연구원이 신약 연구를 하고 있다. GC녹십자는 희귀질환 치료제 분야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GC녹십자 제공

GC녹십자는 올해에만 미국·일본의 산·학과 총 3건의 희소질환 관련 계약을 진행했다. 지난달에는 일본 돗토리대와 ‘GM1 강글리오시드증’ 경구용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이 병은 신경 퇴행과 함께 발작·근육 약화 등이 동반되고, 일반적으로 6세 미만 아동 10만명 중 1명꼴로 발병한다. 시장에 출시된 치료제도 없다. GC녹십자는 임상 시험 단계에서부터는 단독 연구를 진행해 추후 글로벌 상업화에 도전할 계획이다.

지난 7월에는 미국 미럼 파마슈티컬스의 소아 희소간질환 신약인 ‘마리릭시뱃’의 국내 개발과 상용화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마라릭시뱃은 알라질증후군(ALGS)이나 진행성 가족성 간내 담즙정체증(PFIC), 담도 폐쇄증(BA) 등의 희소질환 적응증(適應症)에 대한 미국·유럽의 허가 절차와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ALGS와 BA에 대해서는 간이식 외에는 허가된 치료제가 없다. GC녹십자는 내년 ALGS를 시작으로 세 가지 적응증에 대한 순차적인 국내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 유전성 신경 퇴행 질환에 대한 2가지 공동 연구와 개발 계약도 맺었다.

미국 스페라젠과 숙신알데히드 탈수소효소 결핍증(SSADHD)에 대한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아직 출시된 제품이 없는 최초 신약)’ 개발도 추진한다. 이 병은 유전자 결함에 따른 체내 효소 부족으로 인한 희소질환이다. 뇌전증이나 운동 능력·지적 발달 지연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만 1세 전후에 평균 100만명 중 1명꼴로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앞서 GC녹십자는 2012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헌터증후군(2형 뮤코다당증) 치료를 위한 신약 ‘헌터라제’ 개발에 성공했다. 헌터증후군은 남아 10만~15만명 중 1명 비율로 발생하는 희소질환이다. 최근 중국에서 정맥주사제, 일본에서 뇌실 직접 투여제가 잇따라 품목 허가 승인을 받으며 지속적으로 시장을 확장해가고 있다.

GC녹십자가 희소질환 시장을 공략하는 이유는 퍼스트 인 클래스 약물 개발 시 후발 주자의 시장 진입이 어렵고, 국가마다 희귀의약품 개발에 대한 지원책들이 있어 상용화가 르기 때문이다. 미 식품의약국( FDA)은 세금 감면이나 허가 신청 비용을 면제해 주기도 하고, 동일 계열 제품 중 최초 시판 허가 승인을 받았을 땐 7년 독점권을 부여하는 등의 지원을 한다. 중국도 최근 희소질환 개발 특혜 제도를 도입하며 시장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희소질환 분야 전문 학술지인 ‘오파넷 저널 오브 레어 디지즈(Orphanet journal of rare diseases)’에 따르면, 다른 치료제 임상시험과 비교해 희귀의약품은 약 30% 이상 임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경제적인 약물 개발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