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연구진이 개발한 뇌 오가노이드(왼쪽). 120일 동안 배양한 결과, 성숙한 신경세포에서 발현되는 단백질 층이 실제 대뇌와 유사하게 형성됐다./IBS

국내 연구진이 실험용 미니 뇌를 신생아의 뇌 수준에 가깝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의학 연구단 조승우(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 연구위원 연구진은 “실제 인간 뇌와 유사한 환경을 구현해 미니 뇌 제작에 성공했다”고 지난 5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밝혔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장기와 유사한 입체 구조로 배양한 것으로 미니 장기라고도 한다. 기존 뇌 오가노이드는 태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줄기세포 배양에 쓰는 지지체가 뇌의 단백질 성분과 달라 뇌 발달에 필요한 환경을 구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오가노이드가 커질수록 중심부까지 산소와 영양분 공급이 어려워 세포가 죽는 문제도 있었다.

연구진은 나노 기술로 이런 한계를 극복했다. 우선 세포를 제거한 뇌의 단백질을 지지체로 활용했다. 이후 뇌의 환경과 유사한 젤리 형태의 하이드로젤을 개발해 채워 넣었다. 뇌 발달에 필요한 환경을 만들고 배양액 흐름을 정밀하게 조정해 산소와 배양액을 중심부까지 효과적으로 공급하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대뇌 피질을 구성하는 신경 조직이 발달해 뇌 주름이 다량 생성됐다. 또한 신경세포·성상교세포·미세아교세포 등 다양한 뇌 세포가 기존 방식보다 더 많이 발현했다.

이번 뇌 오가노이드는 평균적으로 이전보다 2배가 큰 4~5㎜ 수준으로 커지고 신경 기능이 증진됐다. 연구진은 배양 조건에 따라 최대 8㎜까지 커지는 것을 확인했다. 조승우 연구위원은 “종전보다 월등히 크고 발달한 인조 뇌를 제작했다”며 “난치성 뇌 질환 기전 규명과 치료제 개발에 효과적인 체외 실험 모델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