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리진의 달착륙선 상상도. 제프 베이조스 블루 오리진 창업자는 달착륙선 개발비를 자체 부담하겠다며 미 정부의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에 참여시켜달라고 요청했다./블루오리진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자비를 들여 미국 정부의 유인(有人) 달탐사에 필요한 착륙선을 개발하겠다고 제안했다.

당초 미항공우주국(NASA·나사)은 달착륙선 개발사로 두 회사를 지원하기로 했다가 예산 부족으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제안한 달착륙선 개발만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베이조스는 26일(현지 시각) 자신이 세운 블루 오리진의 달착륙선인 블루문 개발에 필요한 20억 달러(한화 약 2조3000억원)를 직접 부담하겠다고 나사에 제안했다.

◇나사 예산 부족분 직접 충당키로

나사는 지난 4월 2024년 달에 우주인을 보내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달착륙선 개발 사업자로 스페이스X를 선정, 29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당시 달착륙선 공모에는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방산기업 다이네틱스가 3파전을 벌였다.

나사는 원래 두 회사를 달착륙선 개발사로 선정한다고 알려졌지만 예산 부족으로 한 회사만 지원하기로 했다. 나사는 의회에 달착륙선 개발예산으로 33억 달러를 요청했지만 8억5000만 달러를 받는 데 그쳤다.

베이조스는 이날 빌 넬슨 나사 국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블루 오리진은 이번과 다음 두 번의 정부 회계 연도의 모든 지불을 최대 20억 달러까지 면제하여 ‘인간 착륙 시스템(HLS)’ 개발 예산의 부족분을 메우고 당장 프로그램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제안은 지불 연기가 아니라 완전하고 항구적인 지불 포기”라고 밝혔다.

민간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의 창립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지난 2019년 5월 9일 달착륙선 블루문을 공개했다./블루 오리진

◇1969년 이후 달 유인 우주선 재도전

미국의 유인 달 탐사는 1969년 아폴로 11호의 인류 최초 달 착륙 이후 1972년 아폴로 17호를 끝으로 중단됐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50년 만에 다시 인류를 달에 보내는 계획으로 350억 달러(약 39조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인이 아닌 사람들과 여성을 처음으로 달 착륙자에 포함시키겠다”고 공약했다.

그동안 블루 오리진과 스페이스X, 다이네틱스 세 회사가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달착륙선 개발 경쟁을 벌였다. 나사는 지난해 4월부터 이 세 회사에 9억6700만달 러를 투자해 달착륙선 개발을 진행시켰다.

지난 4월 최종 개발사로 선정된 스페이스X는 재사용 우주로켓인 스타십을 달착륙선으로 만들 계획이다. 스타십은 2단계 추진체와 우주선을 하나로 묶은 로켓 일체형 우주선이다. 스타십은 높이가 50m나 되는 만큼 우주인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달에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덩치가 큰 만큼 초대형 탐사 로버도 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스페이스X는 강조했다.

블루 오리진은 대형 우주개발사 세 곳과 손을 잡고 아폴로 11호 당시 이글호와 비슷한 모듈형 착륙선을 개발했다. 착륙 모듈은 블루 오리진, 임무 후 귀환 모듈은 록히드 마틴이 각각 만들었다. 노스럽 그러먼은 달 궤도를 이동하는 전이 모듈을 만들었고, 드레이퍼 래버러토리는 전체 항법 장치를 담당했다.

블루 오리진은 모듈형 방식이 우주로켓에 맞춰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또 연료로 수소를 사용해 장차 달의 얼음에서 분리한 수소를 활용할 수 있다고 회사는 밝혔다.

블루 오리진(왼쪽)과 스페이스X(가운데), 다이네틱스(오른쪽)의 달착륙선 상상도. 나사의 달착륙선 개발 공모에서 삼파전을 벌였으나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최종 달착륙선 개발 대상으로 결정됐다./각 사

다이네틱스 역시 여러 회사와 손을 잡았다. 우주정거장용 화물 우주선인 드림 체이서를 개발한 시에라 네바다, 우주정거장의 가압 모듈을 만든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 우주로켓 개발사인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 등이다.

다이네틱스는 추력기와 연료 탱크를 본체 주위에 붙인 일체형 착륙선을 제안했다. 그만큼 높이가 낮아 우주인이 쉽게 오르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연료는 달 궤도에서 우주 급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