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22일 미국항공우주국(NASA) 과학자들이 캘리포니아에 띄운 기구. 80km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규모 4.2의 여진을 기압계로 감지하는 데 성공했다./NASA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 제트추진연구소의 시다스 크리슈나무르티 박사와 캘리포니아 공과대(칼텍)의 제니퍼 잭슨 교수 공동 연구진은 지난 22일 “공중에 띄운 기구(氣球)로 2019년 발생한 캘리포니아 지진의 여진(餘震)을 감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같은 방법으로 금성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도 알아낼 수 있다고 기대했다. 금성은 표면 온도와 기압이 워낙 높아 접근하기 어려운데 기구를 이용하면 공중에서 안전하게 지진 활동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 과학자들은 앞으로 다양한 탐사선을 금성으로 보내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왜 전혀 딴판으로 진화했는지 알아볼 계획이다.

/그래픽=이정아

◇지구와 정반대 모습을 한 쌍둥이

2019년 7월 4~6일 캘리포니아주 리지크레스트 근처에서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 이후 6주에 걸쳐 1만 번 이상의 여진이 이어졌다. 제트추진연구소 과학자들은 그해 7월 22일 고감도 기압계를 장착한 기구 두 대를 18~24㎞ 상공에 띄웠다. 그중 한 기구가 80㎞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규모 4.2의 여진을 감지한 것이다.

지진파는 땅이나 물뿐 아니라 공중으로도 전달된다. 기구의 기압계는 여진이 일어난 지 32초 후 사람이 감지하기 힘든 저주파의 음파를 포착했다. 기구에서 지진을 감지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연구진은 같은 방법으로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금성도 연구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금성은 크기나 밀도가 지구와 비슷하지만 표면은 딴판이다. 두꺼운 구름층이 누르는 힘 탓에 표면 압력이 지구의 92배나 된다. 이 구름층이 온실처럼 열을 가둬 기온도 섭씨 460도를 넘는다. 게다가 황산 산성비까지 내린다.

금성도 한때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었다고 추정된다. 금성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려면 내부를 들여다봐야 한다. 그중 가장 좋은 방법은 지진파를 감지하는 것이다. 지진파가 진행하면서 굴절되는 형태를 보면 땅 아래 암석이 있는지 물이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렇지만 금성의 표면에 접근해 지진계를 설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제트추진연구소 과학자들은 기구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게다가 금성은 대기 밀도가 높아 지진으로 발생한 음파 신호가 60배나 강할 것으로 추정된다. 크리슈나무르티 박사는 “금성 상공 50~60㎞에서 지진을 쉽게 감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구로 금성을 탐사하겠다는 생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구소련도 1985년 베가 탐사선에 기구를 실어 금성으로 보냈지만 지진 감지에는 실패했다. 나사가 추진 중인 비너스 플래그십 계획에도 궤도선과 드런, 착륙선과 함께 기구 탐사가 포함돼 있다.

미국의 금성 탐사선 다빈치+

◇다시 불붙는 금성 탐사 경쟁

금성 탐사는 1961년 구소련이 베네라 1호를 보내면서 시작됐지만 오랜 역사에 비해 성과가 크지 않았다. 최근 미국과 유럽이 잇따라 금성 탐사 계획을 발표하면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3일 나사는 금성 탐사선 ‘다빈치+’와 ‘베리타스’를 2028년 이후 발사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1989년 마젤란호를 금성에 보낸 이후 32년 만이다.

유럽우주국(ESA)도 지난 10일 금성 탐사선 ‘인비전’을 이르면 2031년 발사하겠다고 밝혔다. 인비전은 나사가 개발한 위성 영상 레이더를 장착하고 금성 궤도를 돌며 대기부터 내핵까지 분석할 예정이다.

과학계의 가장 큰 관심은 금성 생명체의 존재이다. 지난해 9월 영국 카디프대의 제인 그리브스 교수 연구진은 하와이와 칠레의 전파망원경으로 금성의 50~60㎞ 상공 대기에서 미생물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수소화인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수소화인은 인 원자 하나와 수소 원자 3개가 결합한 물질로 지구 실험실에서 합성하거나 늪처럼 산소가 희박한 곳에 사는 미생물이 만든다. 연구진은 금성에서도 구름에 있는 미생물이 수소화인을 생성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당시 관측이 잘못됐다는 비판도 나왔지만 금성 탐사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데 문제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