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연구원이 개발한 신소재는 실온에서 절단돼도 스스로 치유한다. 분자들이 젤리처럼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회복되는 것이다(위 사진). 외부에서 충격이 가해질 때는 분자가 단단한 결정으로 변하면서 스스로 보호한다(아래). /한국화학연구원

절단돼도 사람 피부처럼 스스로 치유하는 소재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SF 영화처럼 찢어져도 스스로 회복되는 옷이나 신발이 현실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화학연구원과 부경대 공동 연구진은 “실온에서 절단돼도 스스로 회복하는 자가 치유 기능을 가지면서 신발 밑창만큼 질긴 소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자가 치유 소재는 여러 가지가 개발됐지만 대부분 인장강도(당겨 끊어질 때까지 들어가는 힘)가 약했다. 자가 치유가 잘되려면 분자 간 결합이 느슨하고 분자들이 자유롭게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젤리처럼 부드러워야 잘 회복된다. 하지만 자가 치유 소재가 상품화되려면 외부 마찰이나 압력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연구진은 단단하고 질기면서도 자가 치유 능력이 좋은 새로운 소재를 개발했다. 이번 소재는 외부 마찰이나 충격을 받으면 순식간에 물질의 분자 결합이 견고해지면서 단단한 결정으로 변해 충격받을 때 스스로 보호한다. 충격 후에는 분자 이동이 자유로운 부드러운 상태로 돌아가 손상을 스스로 회복한다.

소재는 외부 압력 세기에 따라 물질이 단단해지는 정도가 달라진다. 압력 정도에 따라 고체와 젤리 상태를 오가면서 충격 흡수를 조절하고 스스로 손상도 회복하는 것이다.

실험 결과 이번 소재의 인장강도는 신발 밑창으로 쓰이는 폴리우레탄 소재와 유사한 수준인 43 메가파스칼(MPa) 이상으로 측정됐다. 지금까지 자가 치유 소재의 인장강도 최고기록은 일본 도쿄대와 이화학연구소(RIKEN)가 달성한 20-30 MPa 정도다. 또한 소재의 점도가 높지 않아 모양이 다양한 제품으로 성형하는 데 유리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오동엽 화학연 박사는 “이번 소재를 롤러블·폴더블 디스플레이에 적용하면 접었다 폈다 하면서 발생하는 손상을 끊임없이 회복해 소재가 손상되는 문제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