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공기 정화 기술.

물방울을 이용한 공기 정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물에 고전압을 걸어 초미세 먼지와 부유 세균,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을 동시에 줄이는 공기 청정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주사기 바늘에 물을 천천히 흘리면 물방울이 표면장력 때문에 방울방울 떨어진다. 하지만 물이 흐르는 바늘에 고전압을 가하면 전기를 띤 작은 물방울 수백만 개가 서로 밀어내며 분사된다. 이때 주변의 미세 먼지를 끌어 와 서로 뭉치게 한다. 기존 기술은 물이 미세 먼지와 직접 충돌해 제거했지만, 정전기를 이용하면서 보다 효율적으로 미세 먼지를 제거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작은 크기가 된 물방울은 전기장이 있는 환경에서 강력한 산화력·살균력을 지닌 과산화수소와 오존수가 된다. 이를 통해 실내 공기에 떠다니는 세균,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악취도 제거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더 나아가 새집 증후군을 일으키는 톨루엔·아세트알데히드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도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할 수 있다.

연구진은 별도의 첨가제 없이 물만 이용한 공기청정기를 개발해 서울교통공사 5호선 장한평 역사 내에서 검증을 마쳤다. 지하철 역사에서 공기청정기의 성능을 알아본 결과, PM2.5에 해당하는 초미세 먼지는 최대 98%까지 제거할 수 있었다. 또 과산화수소수·오존수에 의해 부유 세균은 99.9% 이상,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96% 이상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최종원 책임연구원은 “이 기술은 필터를 사용하지 않아 주기적인 필터 교체 비용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며 “상용화될 경우 학교, 병원, 백화점 등 다중 이용 시설의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공기 질 개선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