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이 저온에서 안전하게 보관·유통됐는지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온도 변화 감지 장치를 국내에서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 박제영·오동엽·황성연 박사팀은 13일 “백신 약병에 특수 화합물을 담은 용기를 붙여 백신의 보관 온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간단한 장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성과는 미국화학회 학술지인 ‘ACS 오메가’에 발표됐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얀센의 백신이 유통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영상 온도에서 보관·유통할 수 있지만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 정도의 극저온에서, 모더나와 얀센 백신은 각각 영하 20도, 영하 20~15도의 저온에서 보관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백신이 영하의 저온에서 보관·유통되었는지 직관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연구진은 에틸렌글리콜과 물을 섞어 온도 감지 장치를 만들었다. 에틸렌글리콜은 자동차 냉각수로도 많이 쓰인다. 녹는점인 영하 69도 이하에서는 고체지만, 그 이상 온도에서는 녹기 시작한다. 연구진은 물질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색소와 하얀 펄프 가루를 넣었다. 물질이 영하 69도 이상의 온도에 노출돼 고체에서 액체로 변하면 액체가 화합물 밑의 펄프 가루에 스며들면서 사인펜 색이 젖은 종이에 번지듯 색깔이 번지기 시작한다.

화이자 백신에 적용하면 영하 60도 이상 노출 시 5분 이내에 색이 번지고, 상온(영상 20도)에 노출되면 2분 이내에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권장 온도보다 높은 온도에 노출된 시간이 길어질수록 색이 더 많이 번져 손쉽게 노출 정도를 알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에틸렌글리콜 대신 다른 물질인 ‘수크로오스’와 물을 섞으면 영하 20도에서 보관해야 하는 모더나 백신에 적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