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자회사인 SK팜테코는 최근 프랑스 유전자 치료제 위탁 생산 업체(CMO)인 이포스케시의 지분 70%를 인수했다. 이포스케시는 유전자·세포 치료제의 핵심 생산 기술을 갖고 있다. SK팜테코는 이번 인수로 바이오 의약품까지 영역을 넓히게 됐다. 바이오 계열사가 없는 롯데지주도 인수·합병(M&A)을 통한 CMO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신약 개발과 CMO 사업을 하는 바이오 벤처 엔지켐생명과학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롯데지주가 이 회사를 인수한다면 1948년 창업 이래 처음으로 바이오 산업에 진출하는 것이다.

다른 제약사 의약품을 대신 생산해주는 CMO 산업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기를 맞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신성장 동력으로 눈독 들이는 분야로 떠오른 것이다. 코로나 치료제·백신뿐 아니라 바이오 의약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시장 규모가 급속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시장에 선도적으로 뛰어들어 코로나 위기 속 가파른 성장세를 과시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성공 스토리가 자극제가 됐다.

다른 제약사 의약품을 대신 생산해주는 위탁생산(CMO) 산업이 국내 기업들의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 치료제·백신뿐 아니라 바이오 의약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삼성바이오로직스 CMO 공장에서 직원들이 시설을 점검하는 모습. /삼성바이오로직스

◇대기업·전통 제약사도 뛰어들어

CMO는 의약품을 양산하고 품질을 관리하는 능력이 필요한 일종의 장치 산업이다. 반도체의 파운드리(위탁 생산) 기업과 비슷한 개념의 제조 전문 기업이다.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미국 모더나도 자체 생산 시설이 없어 생산은 CMO 회사들에 맡긴다. 신약 개발에선 선진국보다 뒤처져 있지만, 제조업에 강점이 있는 한국으로선 해볼 만한 분야다. 반도체 제조를 통해 공정 관리에 탁월한 노하우를 지닌 삼성과 SK가 CMO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는 실제로 코로나 위기 속 고속 성장을 질주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코로나 항체 치료제를 포함해 56건을 수주했다. 2019년(36건)보다 대폭 늘어난 수치다.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1648억원과 292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4%와 216%나 늘었다. 코로나 백신 CMO를 수주한 SK바이오사이언스도 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4배 정도 증가한 8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CMO 사업의 가치가 크게 치솟은 덕분이다.

여기에 고령화로 전 세계 의약품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코로나 같은 전염병이 재창궐할 위험도 커 CMO 사업은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 버금가는 성장성을 인정받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 리포트링커에 따르면 글로벌 CMO 시장 규모는 2019년 1097억달러(약 123조원)에서 2025년 1621억달러(약 182조원)로 연평균 6%씩 늘어날 전망이다.

◇코로나에 CMO 회사 매출 급증

코로나 팬데믹 속 백신 하나 개발하지 못해 자존심을 구긴 ‘K바이오’도 CMO 시장에서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삼성·SK에 이어 국내 대표적인 제약사들도 속속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한미약품은 올 초 유전자 백신 위탁 생산 사업에 나서겠다고 발표했고, 동아쏘시오그룹 에스티팜도 유전자 백신 핵심 기술을 확보해 코로나 백신 CMO 수주에 나서고 있다. 차병원 계열의 차바이오텍은 세포 유전자 치료제 CMO 사업을 위한 허가를 취득하고 500억원을 들여 연말까지 미국에 생산 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대웅제약도 CMO에 진출하겠다고 밝혔고, GC녹십자도 CMO 업체 바이넥스와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CMO 분야 세계 1위는 스위스 론자다.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을 위탁 생산하고 있는 론자의 지난해 매출액은 45억스위스프랑(약 5조4700억원)으로 전년보다 12% 증가했고 올해에도 두 자릿수대 성장이 예상된다. KTB투자증권은 “글로벌 백신 기업 화이자·머크·GSK·사노피의 올해 평균 PER(주가수익비율)은 11배지만 백신 CMO 상위 기업 평균 PER은 40배일 정도로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분석했다.

☞의약품 CMO(위탁생산)

다른 제약사의 의약품을 대신 생산하는 사업을 말한다. 의약품을 양산하고 품질을 관리하는 능력이 필요한 일종의 장치 산업으로, 전자 업계의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이나 반도체의 파운드리와 유사한 개념이다. 신약 개발보단 제조업에 강점이 있는 한국 기업에 유리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