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도 코로나 백신과 유사한 방식으로 질병을 이기는 자연 백신을 애벌레에게 접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미 애리조나 주립대

코로나 백신은 대부분 두 번 접종한다. 1차 접종에서 면역반응을 유도하고 2차 접종으로 면역반응을 강화한다. 꿀벌도 사람처럼 두 번 백신을 맞고 전염병을 이겨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자들은 꿀벌의 천연 백신을 모방해 양봉 농가를 괴롭히는 전염병을 퇴치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미국 일리노이대의 기안 하우드 박사 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실험 생물학 저널’에 “꿀벌이 병원균 조각을 두 차례에 걸쳐 애벌레에게 전달해 면역력을 키운다”고 밝혔다.

꿀벌은 꽃가루와 꿀을 채집하는 과정에서 병원균에 노출된다. 2015년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와 핀란드 헬싱키대 연구진은 병원균이 여왕벌 몸에서 분해돼 비텔로제닌이라는 단백질과 결합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복합체가 혈액을 통해 알로 전달되면서 병원균에 대한 면역력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에 여왕벌이 백신 재료가 될 병원균을 어디에서 얻는지 확인했다. 유모벌은 채집벌이 가져온 꿀과 꽃가루로 로열젤리를 만들어 여왕벌에게 제공한다. 연구진은 유모벌 150마리를 실험실에서 키우면서 꽃가루와 꿀 대신 설탕물을 줬다. 유모벌 절반은 형광물질과 패니바실러스균이 들어있는 설탕물을 먹었다.

형광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병원균 조각이 유모벌이 분비하는 로열젤리에 섞여 있었다. 또 병원균이 있는 설탕물을 먹은 꿀벌은 항생물질이 더 많은 로열젤리를 분비했다. 여왕벌은 이 로열젤리를 먹고 몸 안에서 천연 백신을 만들어 알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백신 1차 접종에 해당한다.

또 유모벌은 애벌레가 알에서 깨어나면 며칠 동안 역시 로열젤리를 주면서 키운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다시 병원균 일부가 애벌레에게 전달돼 면역반응을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백신 2차 접종과 같다는 말이다.

헬싱키대 연구진은 달란 애니멀 헬스라는 회사를 차려 꿀벌용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목표는 미국부저병이다. 이 병은 패니바실러스균 포자를 통해 벌집 내부로 퍼져 애벌레들을 모두 죽인다. 달란은 꿀벌의 천연 백신을 인공 합성해 여왕벌에게 주면 나중에 군집 전체가 전염병에 대한 면역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미국 농무부에 첫 꿀벌용 백신으로 허가를 신청했다.

다른 동물도 백신 혜택을 볼 수 있다. 물고기나 새, 양서류, 곤충 등 알을 낳는 동물은 모두 몸에 비텔로제닌 단백질을 갖고 있다. 달란은 각각의 동물에게 감염되는 병원균 일부를 이 단백질에 붙여 접종하면 역시 백신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