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개 스폿이 화성 지형과 비슷한 지하 동굴을 탐색하는 모습./NASA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개가 화성 탐사에 나선다.

미국 과학매체 라이브사이언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4일(현지 시각)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가 온라인으로 진행된 미국지구물리학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바퀴 달린 탐사 로버(이동형 로봇)를 대신해 화성의 거친 지형과 동굴 등을 탐험할 로봇개를 공개했다.

로봇은 지난 11일 현대자동차그룹이 인수를 결정한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네 발 이동 로봇 스폿을 화성 탐사용으로 개조한 것이다. 자율(Autonomous) 보행이 가능하다고 ‘Au-스폿’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NASA 과학자들은 스폿이 장애물을 피하고 적합한 길을 찾아 장차 화성 우주 기지를 세울 지하 동굴에 대한 가상 지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가 개발한 화성 탐사용 로봇개 'Au-스폿'./NASA

◇화성 탐사 로버보다 36배 빨라

그동안 화성 탐사는 오퍼튜니티, 큐리오시티 같은 로버가 맡았다. 하지만 바퀴로 움직이는 로버는 평평한 땅만 이동할 수 있었다. 과학자들이 탐사하려고 하는 지형은 대부분 거칠고 지표면 아래에 있다.

NASA 과학자들은 스폿은 지하로 걸어 내려가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어 화성의 거친 지형을 탐사하는 데 안성맞춤이라고 밝혔다. NASA의 한 과학자는 이날 발표에서 “로봇개가 비틀거린다고 임무가 실패하는 것이 아니다”며 “복원 알고리듬을 이용해 로봇은 넘어졌다가 일어서기를 반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스폿은 기존 로버보다 훨씬 가볍다. 무게가 12분의 1에 불과하다. 그만큼 민첩하다. 스폿은 시험에서 시속 5㎞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 보행 속도와 비슷하다. 현재 화성을 탐사하고 있는 로버 큐리오시티는 시속 0.14㎞ 속도에 그친다.

Au-스폿은 다양한 센서로 주변을 탐색할 수 있다. 레이저 반사파로 거리와 장애물을 알아내는 라이다를 장착했으며, 광학카메라와 적외선카메라, 동작 센서까지 갖춰 주변 지형에 대한 3D(입체) 지도를 만들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AI) 학습기능을 갖춰 장애물과 과학연구 대상이 되는 지형을 식별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통신 모듈은 지하를 탐사하는 동안에도 데이터를 송신할 수 있다.

로봇개 스폿이 계단을 이동하며 작성한 건물의 3D 지도./NASA

◇화성 우주인 거주할 동굴 탐색

과학자들은 장차 화성 유인(有人) 기지는 지하 동굴에 세워야 한다고 본다. 지하 동굴은 화성 표면에 쏟아지는 자외선과 극한의 추위, 먼지 폭풍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화성의 먼지 폭풍은 엄청난 규모로 수주일 이어져 지구의 천체망원경에서도 관측될 정도다. 또 지하 동굴은 과거 화성에 살았던 생명체를 찾는 데 가장 적합한 장소이기도 하다.

NASA 연구진은 화성 동굴 탐색에 대비해 Au-스폿으로 갱도와 복도, 계단과 경사로 등에서 주행 시험을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북부의 용암 동굴처럼 화성 지형과 비슷한 곳에서도 시험을 하고 있다.

연구진은 Au-스폿이 전력선이나 통신선 없이 스스로 거친 지형을 돌아다니며 지하 동굴의 지도를 작성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지난달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에 스폿이 계단으로 이어진 건물을 돌아다니며 작성한 3D 지도를 공개하기도 했다.

NASA 연구진은 “로봇개는 장차 화성의 지표면과 지하에서 혁명적인 과학 임무를 수행해 그동안 접근할 수 없었던 지형까지 NASA가 탐사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